그 동안 논란을 거듭한 판교신도시 개발에 대해 정부는 전면적인 주택공영개발방식을 도입키로 하고, 이를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부동산 종합대책에 담을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택공영개발방식은 토지공사 등 공공부문에서 택지를 조성한 후 주공이나 지자체에서 주택건설과 분양까지 일괄 담당하고 민간주택건설업체는 시공만을 하는 방식으로서 현재 싱가포르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싱가포르식 공영개발방식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부산시보다 작은 면적의 도시국가로서 연간 주택 건설물량이 우리나라(매년 50만가구)의 10분의 1 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여건이 전혀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건설시장에서 민간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고 있어 공공부문이 주택건설과 분양을 전담하게 되면 시장기능이 급격하게 위축될 우려가 크다.
싱가포르의 경우 저렴한 공공주택의 대량공급을 위해 정부 재정투융자예산의 30%이상을 주택공영개발에 투입하였고 또 중앙연금기금이라는 사회보장성 강제저축제도를 도입해 국민들이 매월 수입의 20%정도를 강제로 저축하게 해 향후 주택구입시 인출하는 방식으로 추진했지만 우리 현실상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편성과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은게 사실이다.
또한 전면 공영개발도입은 막대한 재정부담이나 공공부문 비대화, 주택품질 저하 등의 문제외에 공공의 비중이 커질 경우 지역별 여건별 특성에 따라 수급이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주택시장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져 또 다른 불안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풍부한 유동자금과 장기적인 저금리현상, 시장중심의 주택공급시스템을 가진 우리 실정에 맞는 연기금, 리츠, 부동산펀드, 특수목적회사(SPC) 등을 활용해 부동산과 금융을 연계한 새로운 개발방식을 적극 도입할 적기로 본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일반 서민들도 연기금, 펀드, 주식형태로 신도시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되고 아파트사업도 증시에 상장할 수 있어 집값 안정과 시중 부동자금의 흡수를 통한 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주택건설과 분양과정에 일반국민들도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 방식이 진정한 의미의 국민참여형 공영개발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등 많은 선진국에선 이미 이러한 부동산과 금융시장을 연계한 방식이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도 당장의 제도기반이 미흡하면 적극 개선하고 방안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부동산경기는 주기적으로 과열과 안정, 침체를 반복하면서 변한다. 따라서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특질과 국면 전반에 기초해 만들어져야 한다. 작금의 강남과 분당 등지에서의 집값 급등이라는 국지적 국면타개에 집중한 대책은 오래 갈 수가 없다. 최근 전면적인 공영개발론이 거론되자마자 바로 민간건설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금번 주택공영개발론은 특수한 상황의 판교신도시에 국한해 우선 한시적으로 적용해 보고 나서 그 다음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
사실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의 장기화 우려나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 잠재성장률 저하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부동산도 경제의 한 부문이고 시장이기에 이럴 때 일수록 금번 부동산대책이 국가경제 전체의 시각에서 시장논리도 존중하면서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현 도 관 팀장
한국토지공사 신국토사업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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