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기분 좋은 하루였다. 시골 늙으신 어머님이 올라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동서울 시외버스터미널로 마중을 나갔다. 한 30여 분이 지나서 고향에서 도착하는 버스를 발견하고 어머님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향하기 위해 전철 2호선을 탔다. 전철안에는 오후 약간 늦은 시각인지 제법 학생, 직장인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승객들이 만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머님을 모시고 승객들 틈을 비집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노약자석을 기웃거려 보았다. 아니다 다를까, 이게 웬일인지 노약자석에는 몇 분의 노인들만 앉아 있었고 좌석 몇 개는 비어있었다. 그 좌석앞에선 대학생 및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녀 및 몇 명이 서 있었으나 이들은 앉지 않고 자기들의 대화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웬만큼 복잡한 전철안 사정을 감안하면 염치불구하고 노약자석을 그냥 비워두지 않고 앉아 있기가 다반사다.
그래서 서 있는 젊은이들에게 왜 좌석에 앉지 않느냐고 물었으나 괜찮으니까 앉아서 가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다행히 어머님을 자리에 앉히고 1시간 가까이 목적지까지 편안히 모시고 올 수 있었다. 내내 오면서 이런 말을 되씹어 보았다. ‘나는 젊었거늘 서서간들 어떠하리’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 아직도 양심은 살아있다고. 그날의 이름모를 젊은이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이영걸/시흥시 장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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