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죽을 순 없다
불량형사의 눈물겨운 ‘부성애’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오는 18일 가족 영화 한편이 개봉한다. 코미디로 포장됐지만 실은 절절한 부성애에 포커스를 맞춘 12세관람가 영화다.
‘일단뛰어’에 이어 이범수가 이번에도 형사로 변신했다. 그런데 ‘일단뛰어’에서는 오직 범인 검거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열혈 형사였다면 이번에는 좀 다르다.
적당히 나사가 풀리고 적당히 부패한 뺀질거리는 형사 ‘이대로’. 체포 안하는 조건으로 용의자측과 뒷거래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동료를 뒤로하고 애인과 여관에서 밀회를 즐긴다.
이러한 이대로의 캐릭터와 그를 둘러싼 희화화된 동료 형사 캐릭터들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코미디를 연출한다.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이대로에게 ‘사망선고’를 내리고 그로인해 180도 달라진 이대로의 변화를 통해 한단계 발전한 코미디를 펼친다. 개인기에 기댄 슬랩스틱 코미디가 상황극으로 발전한다.
8살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 파파 이대로가 뇌종양 판정을 받는다. 앞으로 살 날은 길어야 3~4개월. 그는 딸에게 10억원의 보험금을 남기기 위해 생명보험에 들고, 범죄현장에서 사고사를 당하거나 그것을 위장한 자살을 하기 위해 그야말로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그러나 결과는 극적인 범인 검거. 줄 표창으로까지 이어진다. 이중적 의미의 제목처럼 영화 역시 ‘죽으려 환장한’ 이대로의 코믹한 상황과 그에 상대적으로 비례하는 눈물겨운 부성애를 나란히 쥐고갔다.
사실 이대로는 지난 8년간 키워온 딸이 진짜 자신의 딸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지방 근무하던 시절 다방 종업원 영숙과 사고쳐서 낳은 딸이라지만 아이를 놓고 도망간 영숙의 주장일뿐이다.
그러나 이대로는 8년간 딸을 금이야 옥이야 키워왔다. 이대로의 일말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부분. 제멋대로 사는 와중에도 딸에게만큼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었던 이대로가 그런 딸을 두고 죽어야하니 미칠 노릇인 것이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비장한 병법을 코미디의 소재로 차용한 재치와 누구나의 아킬레스건인 가족에 대한 사랑을 버무린 영화는 부담없는 한편의 소품이 됐다.
마침 가수 이문세의 ‘그녀의 웃음소리뿐’ 중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라는 가사가 영화와 딱 들어맞는 것도 귀엽다.
배우 오지혜의 남편으로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이영은 감독은 “사람들의 변화, 결핍된 가족애의 완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옹박-두번째 미션
차고 비틀고 꺾어라!
태국의 액션 스타 토니 자가 ‘옹박-두번째 미션’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늙었다. 이연걸은 지쳤다’고 외치며 새로운 액션 스타로 등극했던 그가 1년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모습은 이전에 비하면 한층 화려해 보인다.
제작비 규모는 전편의 10배 가량. 이 덕분에 전편에 없던 보트 추격신이 새롭게 등장하며 촬영지는 태국과 시드니를 넘나들었다. 스케일이 커진 만큼 그가 대결하는 상대의 면모도 다양해졌다.
이제 호주 출신인 거구의 레슬러의 거대한 주먹을 피해야 하며 채찍을 휘두르는 중국 악녀에도 맞서야 하는 것. 여기에 브라질 무술 카포에이라를 사용하는 용병의 발차기와 베트남 출신 악당의 현란한 무술에도 대적해야 한다.
영화의 원제는 영화 속 악당들의 소굴인 시드니의 음식점 이름 ‘톰 양 궁’(TomYum Goong). 주인공 토니 자의 분위기는 전편과 비슷하지만 줄거리는 이전과 이어지지 않는다.
주인공 청년 캄(토니 자)은 깊은 산골에서 코끼리를 키우며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커 온 이 코끼리의 이름은 포야이. 완벽한 혈통의 코끼리로 새끼 콘과 함께 캄과는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얼마 뒤 밀수꾼들은 이들에게서 두 코끼리를 빼돌리고 이를 호주의 시드니로 보낸다.
코끼리를 지키려던 캄의 아버지 역시 악당들에 의해 부상을 입은 상황. 악당들을 한명 한명 물리쳐가던 캄은 코끼리를 찾아 호주행 비행기를 타고 이 곳에서 태국 출신 경찰관인 마크(페치타이 웡캄라오)와 힘을 합쳐 코끼리의 소재를 찾아나선다.
이때부터 악당들과의 본격적인 승부가 펼쳐진다. 무에타이로 달련된 몸에 수m 점프는 기본, 발은 총알보다 빠르고 주먹은 칼보다 강한 이 태국산 액션 영웅의 모습은 처음 봤을 때에 비해 신선감은 떨어지지만 여전히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로 엄청나다.
특히 후반 식당 계단에서의 액션신은 영화의 압권이다. 70여명의 악당들을 차례로 물리치는 토니 자의 모습을 좇는 카메라의 롱 테이크는 자그마치 4분여를 넘어선다.
여기에 다양한 개성의 악당들이 등장하며 태국의 미녀스타 본코드 콘말라이나 재중동포 중국 무용수 진싱(金星) 등 조연급 배우들의 합류도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하지만 전편의 약점인 엉성한 스토리 역시 한층 더 심해진 느낌이다. 인물의 동기는 약하고 줄거리의 비약은 심하다 못해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특히 도구를 이용한 몇몇 액션 장면은 실소를 낳을 정도로 과장돼 있다.
상영시간 105분. 18일 개봉.
# 코미디 ‘가문의 위기’(감독 정용기)가 최근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들어갔다. ‘가문의 영광’ 속편으로 혈통을 개선하기 위해 엘리트 검사 며느리를 ‘모시려는’ 조폭 가문의 이야기가 코믹하게 펼쳐진다. 9월8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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