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거짓말

영국 스트라스클 라이드대학 글랜 뉴이 정치학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정치인의 거짓말에 관한 연구가 흥미롭다.

“정치인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들이 너무 많은 질문(주문)을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유권자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는 거짓말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대가로서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진실한 발표보다는(카드를 숨기려고 하는) 포커게임 능력이 중하다”고 했다.

물론 이 역시 공공의 이익이 전제되지만 함정은 있다. 공공의 이익을 말하는 기준이 정치인의 이해관계 입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주문을 한다지만, 정치인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위해 가당치 않은 공약을 되레 내놓은 것이 한국의 정치인들이다.

이 연구팀은 거짓말의 사례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스코틀랜드 의사당의 건립 비용을 들었다. 부시는 대량살상무기를 빙자해 후세인 정권을 제거했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의사당 건립 비용은 처음에 4천만 파운드라고 해서 시작한 것이 4억 파운드나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4억 파운드가 든다고 하면 유권자가 과연 동의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행정도시 건설 비용이 생각난다. 이 정부는 당초 3~4조원이면 행정도시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십 수조원으로도 안 되어 수 십조원이 들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 바가 있다. 아무튼 정부가 행정도시 비용을 턱없이 낮춰 발표한 것은 분명하다.

악의 없는 정치인의 거짓말로는 “나는 그 여성(르윈스키)과 성적 관계를 갖지 않았다”는 클린턴의 말을 들었다.

‘민주정치에서 진솔과 기만’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연구 논문은 그들의 정치풍토를 토대로 한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들어 둘만한 말도 있고, 귓등으로 넘길 말도 있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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