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대남담당 김중린 노동당 비서는 27년동안 맡아오고 있다. 남쪽의 대북 창구인 통일부 정동영 장관은 이제 1년을 갓 넘겼다. 이렇다 보니 북의 실세는 고령층이다. 63세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보다 연로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권력구조의 핵심인사 30명 중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77세, 연형묵 국방부위원장은 74세 등으로 무려 15명이 70대다. 김국태, 김중린 노동당 비서는 80대다. 김 위원장과 같은 60대는 66세의 박봉주 내각총리 등 9명이다.
남쪽의 권력체계 연령층 나이는 이 보다 훨씬 젊다. 이런데도 나이가 많다며 여권에서 40대 장관론을 제기한 바가 있다. 북의 권력 체계가 고령화되도록 전문화가 되다 보니 전략이 노련하다. 빈번한 핵 문제의 벼랑 끝 전술이 먹혀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북 송전은 정부 발표만으로도 당장 2조5천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이런 거액이 드는 선심 제의를 하면 북이 반색을 할 줄 알았지만 최종 공식 반응은 유보하고 있는 것이 노련한 북의 전술이다. 반대로 북은 돈 한 푼 안 들이는 현충원 참배로 남남 갈등을 부추기면서 김일성 궁전 참배 요청의 기득권을 확보했다.
이처럼 북은 모든 전략이 전문화가 돼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변재정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예컨대 북의 해킹 능력은 미국 CIA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전문인력이 500여명이다. 변 박사는 도·감청 기지도 운용, 남쪽의 교신내용 등 신호정보를 수집까지 한다고 어느 발표회에서 밝힌 바가 있다.
체제상 영구집권이 가능한 북측과는 달라서 여기선 집권층의 장기적 전문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권차원이 아닌 국가기관의 각 분야 전문가들을 길러 정권교체에 구애됨이 없이 도울 수는 있다. 그런데 이런 전문 인력을 키울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남북 관계에서 저들은 대남문제의 프로 고수인 데 비해, 이쪽은 권력층이나 하부구조나 모두 한시적 아마추어들 뿐이다. 어설픈 패기는 숙련된 노회에 판판이 당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저들 노인네들이 볼 땐 ‘웃긴다’할 때가 많을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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