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에 대한 교체 여부가 23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선 선장을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다. 감독을 교체한다고 당장 무슨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우선 후임 감독이 문제다. ‘해외파 감독의 영입이냐, 아니면 국내 지도자냐’를 놓고 극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해외 지도자의 경우, 2006 독일월드컵 본선이 10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수 파악과 한국의 축구문화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점이, 국내 감독의 경우 해외정보 부재와 함께 학연·지연 등에 따른 축구인들 간의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다분하다.
해외파 감독으로 결정하더라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이미 유럽 프로리그 시즌이 시작돼 능력있는 감독은 대부분 팀을 맡고 있다. 또 지난해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경질하고 본프레레 감독을 선임할 때 까지 2개월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감독으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더구나 앞으로 10개월이 남았다지만 해외파가 모두 모여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26일 정도 밖에 안 된다. 따라서 누가 오더라도 훈련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며 선택의 폭 또한 좁아진다.
본프레레가 몇몇 경기에서 실망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축구팬의 인심이 너무 야박하다. 지난해 코엘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뒤 갑자기 한국에 오게 된 본프레레는 나이지리아를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우승시킨 명장이다.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티켓도 따냈다. 결코 쉽지 않은 큰 성과다. 하지만 본프레레는 “한국에서 나는 혼자”라고 말 할 정도로 고립돼 있는 처지다.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에 모든 기준을 두고 있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본프레레를 궁지에 몰아 넣은 사우디전에서 선수들도 경기 후 관중석에서 나오는 야유를 받았다. 선수들이 간과해서 안 될 점은 바로 환호와 야유는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월드컵 1차, 2차, 최종예선 과정을 통해 선수들은 과연 자신의 몫을 다 했는 지에 대한 평가도 아울러 받아야 한다. 이름에 의존하거나 해외파는 주전 자리를 떼논 당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감독을 영입한다 하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또 있다. 본프레레 감독이 물러날 경우 영입을 결정했던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과 기술위원회 이회택 위원장을 비롯한 축구협회 수뇌부도 동반퇴진해야 한다. 물론 선수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지난해 코엘류 감독의 경질이라는 시행착오를 빚은 이상 또 다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축구 강국 잉글랜드에서는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계약기간은 지킨다. 걸핏 하면 감독을 바꿔치는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감독도 실상 없을 것 같다. 이른 바 ‘신인도 추락’의 측면도 고려하라는 얘기다.
냉혹한 게 승부의 세계이지만 그러나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지금까지 본프레레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단, 심지어 선수들로부터 충분한 지지와 서포트를 받았는가를 되돌아보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히딩크도 2002년 월드컵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자신의 능력만으로 4강을 이뤄낼 수 있었겠는가.
본프레레에 대한 경질 위협을 거두고 대한축구협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바란다. 내년초 해외전훈에 올인하는 가운데 대표팀의 체력·조직력을 끌어 올리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팀워크와 정신력을 강화해야 한다. 박주영과 박지성이 아무리 축구 천재, 신동이라 해도 혼자서 골을 넣을 수 있겠는가. 독일로 항진 중인 ‘본프레레 호’는 질책보다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표류하지 않도록 등대불빛을 밝혀주어야 한다.
/임병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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