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9·11 총선

오는 9월11일 총선을 앞둔 일본 정가가 여름날씨 만큼 달아 올랐다. 우정(郵政)민영화 법안이 부결된 고이즈미 내각의 치명타가 집권당인 자민당 당내 반란표에 기인하여 더욱 뜨겁다. 고이즈미는 이에 의회를 해산, 정치 명운의 승부수를 걸었다.

이에 얽힌 사연도 많다. 나카소네 전 총리의 장남 나카소네 참의원은 고이즈미가 아버지를 팽했던 보복으로 법안 부결에 영향력을 크게 발휘했다.2003년 중의원 선거 때 나카소네 전 총리는 후배인 고이즈미 자민당 총재에게 비례대표 1번 자리를 박탈당했던 것이다. 우정민영화법안 표결을 앞두고 다급해진 고이즈미는 사람을 나카소네 전 총리에게 보내어 아들을 설득 시켜달라고 애원했으나 한 마디로 거절당했다.

쓰루후 참의원은 아내가 중의원인 의원 부부다. 법안 표결에서 남편은 찬성, 아내는 반대표를 던졌다. 금실이 좋기로 소문났지만 당내 파벌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이즈미가 반대파에 대한 보복으로 공천을 안주어 아내가 무소속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남편은 아내의 선거운동을 돕기위해 고이즈미 계보 탈퇴를 선언했다.

고이즈미는 공천을 안 준 반대파 37개 선거구에 여성 인기인을 대거 투입했다. 전직 고위관료, 요리연구가, 여배우 등이다. 이를테면 정적 제거의 자객으로 미인계를 썼다.

이런 가운데 반대파 낙천자 일각에서는 신당을 추진하고 나서 세를 규합중이다. 일본 정계는 요즘 이래 저래 어수선하다.고이즈미 총리가 반대파를 제외한 자파 세력의 자민당만으로 단독정권 수립이 가능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 일본 정가의 관측이다. 이에 고이즈미는 공명당과의 연립정권을 제휴해놓고 있다.

고이즈미 정권이 붕괴되면 약진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이 집권할 공산이 높다. 민주당 의원들은 우정 민영화 법안 부결로 의회 해산이 확실해지자 의회에서 만세를 불렀다.

고이즈미 정권의 향배가 판가름 나는 일본의 9·11 총선은 여러모로 우리의 입장에서도 주목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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