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패션모델’ 강수연은 누구…

女帝·박세리도 울린 당찬 맏언니

“저 세리한테 져 본 적 없어요.”

지난 2001년 미국여자프골프(LPGA) 투어에 뒤늦게 진출하기 전까지 강수연(삼성전자)이 자주 하던 말이다.

98년 LPGA 투어에 진출해 최정상급 스타로 군림하던 ‘천하의 박세리’를 한수 아래로 볼만큼 강수연은 ‘1인자’라는 자존심이 강한 선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강수연은 국가대표를 거쳐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3년 연속 최저타수 1위를 차지하며 상금왕까지 오르는 등 최고 선수였기 때문.

한국 무대 통산 8승에 구옥희(49), 박세리와 함께 단일대회 3연패라는 기록도 갖고 있고 2000년 아시아서키트 3승을 달성하는 등 해외 무대에서도 녹록지 않은 실력을 뽐냈던 강수연이다.

더구나 강수연의 한국여자오픈 2연패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 로라데이비스(잉글랜드) 등 내로라하는 LPGA 스타플레이어들이 참가한 가운데 이뤄낸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강수연이지만 2001년 첫 발을 디딘 미국무대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00년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49위에 그쳐 겨우 조건부 출전권을 받아 자존심을 구긴 강수연은 이듬해 3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번 컷을 통과하는 망신을 당했다.

2002년에도 2승을 올린 강수연은 다시 한번 LPGA 투어에 도전장을 내 퀄리파잉스쿨 7위로 당당히 전경기 출전권을 손에 넣었지만 후배들의 우승파티에 들러리로 서는 신세는 여전했다.

강수연은 주변에서 국내 복귀를 종용했으나 “우승 한번 없이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미국 무대를 고집했고 끝내 집념과 오기로 생애 첫 우승을 따내 ‘한국 최고선수’의 자존심을 곧추 세웠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