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무엇인가?
최근 우리 사회는 ‘문화’의 개념에 대한 혼란의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적 문제해결을 넘어선 사회에서 ‘문화’는 일종의 수식어가 되어 어떠한 단어 뒤에 붙어도 그 쓰임이 그럴 듯 한 것이 그 이유일 듯 하다. ‘문화’라는 단어가 주변 곳곳에 산재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문화’자체는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는 “문화는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이다”라고 그의 저서인 ‘원시문화’에서 밝힌 바 있다. 그가 정의한 문화는 인간의 삶을 관통하고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즉 어디에서 무슨 공연, 전람회 등의 거창한 ‘예술’ 행사만을 총칭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든지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일련의 행위가 모두 문화에 포함되는 것이다.
문화는 음악, 미술 등 특정한 ‘예술’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을 영역으로 한다는 것이다. 삶의 스트레스를 풀거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에너지 충전을 위하여 등산 또는 여행을 떠나는 그 모든 것들을 ‘생활문화’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의복과 같아서 가끔은 화려하고 격식에 맞는 옷도 필요하지만 대부분 생활속에서 입는 편안한 옷이 더욱 필요한 것처럼, 바쁜 현대인으로 하여금 일상 속에서 우아한 외출을 종용하는 공연이나 전람회도 필요하지만 대부분은 일상 속에서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듯 문화는 결코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그저 규격화된 틀에서 벗어나 본인이 원하고 자연스럽게 심신이 머물 수 있는 곳에서 문화를 찾아보면 된다.
그럼에도 아직 문화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을 위해 부천문화재단은 다양한 ‘광장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쉬는 학생들을 위한 ‘차없는 거리’ 행사는 부천시청앞 차없는 거리에서 청소년들의 분출하는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규격화되지 않은 장소이다. 그저 와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이로부터 문화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다양한 동아리들의 왕성한 활동도 돋보인다. 여성, 청소년 등 사회의 주변인으로 분류되는 계층의 적극적인 동아리 활동은 삶의 건강성과 인생의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동아리 활동은 개개인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일이며, 건강한 가족문화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부천문화재단은 이제 모든 시민이 ‘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광장문화’로 한발 내딛고자 한다. 복사골문화센터 로비를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간으로 개방하여 언제든 찾아와서 무언가를 보고 듣고 만날 수 있도록 ‘시민속으로’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개인이 좋아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서 즐길 수 있는 씨앗을 보급하고 전파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것이 바로 ‘생활문화’의 표상이기도 하다.
더 이상 문화를 멀리서 바라보지 말자. 이제부터 나도 ‘문화’속에 살고 있으며 ‘문화인’임을 당당하게 외쳐보자.
/박 두 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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