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 후?
색(?)다른 사위, 난 싫다구!
흑인 장인·백인 사위 그린 ‘로맨틱 코미디’
결혼 25주년을 앞둔 중년의 흑인 남자 펄시 존스 (버니 맥). 그가 나이가 찬 딸의 사윗감으로 바라는 것은 ‘절대’ 많지 않다.
그저 멀쩡한 직업 정도만 있으면 되는 것, 여기에 조금 더 희망사항이 있다면 운동을 좀 잘했으면 좋겠고 인권 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나 성공한 코미디언 빌 코스비처럼 흑인의 모범이 됐으면 하는 정도다.
그러던 어느날 딸 테레사(조 살다나)가 사윗감 사이몬(애쉬톤 커처)과 함께 나타난다.
순간 펄시의 눈은 단번에 뒤집어 진다. 바로 희멀건해 보이는 백인이 사윗감이랍시고 나타난 것. 운동은 젬뱅이인데다 몸은 부실해 보이고 여기에 알고 보니 이 녀석 이제 막 번듯한 직장을 잃은 실업자 신세다.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예 애쉬톤 커처가 다음달 2일 ‘게스 후?’(Guess Who)로 한국 팬들을 만난다.
영화의 핵심이 되는 상황은 장인과 첫 만남을 갖는 사위. 이전에 ‘미트 더 페어런츠’ 시리즈가 백인 커플의 양가 상견례를 통해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 사이의 융합을 그렸다면 게스 후?의 이야기는 흑인과 백인 사이의 신경전과 화해를 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장인과 사윗감 사이의 반목. ‘미트 더 페어런츠’시리즈의 장인이 CIA 요원이었다면 게스 후?의 장인은 여기에 한술 더 뜬 22년차 경력의 대출 관리자다.
첫 눈에 상대의 재무 상황을 알아맞힐 정도의 능력을 갖췄으며 깐깐하게 사람을 쳐다보는 게 직업병 수준이니 한층 더 강적일 수밖에. 사이몬과 테레사의 계획은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에 자신들의 약혼 사실을 발표하는 것이다.
사윗감 특유의 긴장감에 실업 상태라는 불안이 함께 있지만 ‘잘 해낼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는 사이몬. 하지만 첫 대면에서부터 삐꺽거린다.
사윗감이 당연히 흑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펄시가 사이몬을 택시 운전사로 착각한 것. 겨우 집안에 입성하는 데는 성공하는 사이몬. 사이몬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펄시는 이때부터이 백인 녀석을 쫓아내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영화는 장인과 사위, 그리고 흑인과 백인 사이의 신경전이 잘 버무려져 있는 코미디다.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
삶의 끝자락서 피어난 사랑
외톨이 남녀 ‘기묘한 동거’ 태국 화제작 내달1일 개봉
잠에서 깨어난 한 도마뱀. 자기가 세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도마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겨워하던 가족들도, 싫어하던 친구들도 모두 사라졌지만 문제는 외로움. 도마뱀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아무도 없다면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가을의 시작과 함께 쿨한 사랑이야기 한 편이 내달 1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태국 감독 렌엑 라타나루앙이 메가폰을 잡은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Last LifeIn The Universe)가 그것. 세상 끝에 혼자 살아 남은 도마뱀은 이 세상에서 좀처럼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두 남녀 주인공의 다른 모습이다.
자살하고 싶어하는 결벽증의 일본 남자 켄지(아사노 다다노부). 그가 죽고 싶은 이유는 빚이나 실연 혹은 절망 때문은 아니다. 그저 잠을 자다 깨어보면 새로운 인생이 되는 것, 그게 그가 꿈꾸는 최상의 행복이다. 그는 이국땅 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이다.
답답할 정도로 정리를 잘하는 게 특징이자 장점. ‘최상의 행복’을 위해 자살을 하려 하지만 매번 제대로 시도를 해보지도 못한다. 자유로움 속에 쓸쓸함이 묻어있는 태국 소녀 노이(시니타 분야삭). 항상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며 남자관계도 복잡한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아쉬울 게 없는 태국을 떠나려 한다.
그녀가 가려는 곳은 일본의 오사카. 이들이 서로 만나게 된 곳은 한 다리 위다. 이날도 어김없이 겐지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노이는 여동생 니드와 다투고 있던 참이다.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던 겐지를 보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니드. 마침 그날 밤 겐지의 형 유키오 역시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외톨이라는 것. 각각 형과 동생을 잃은 두 사람은 희망찬 미래 따위를 꿈꾸기에는 너무 지쳐 있다. 이날 만난 인연으로 두 사람은 노이의 집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이것저것 어지르는 노이와 깔끔하게 치우는 겐지, 두 사람은 서툰 영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 자신을 조금씩 열어간다. 결국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꿈을 꾸게 되는 이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세상은 여전히 장밋빛만은 않다.
영화는 세상 끝의 나른함에서 문득 생겨난 사랑의 감정을 차분한 말투로 보여주며 외톨이로 흩어져 있는 현대인들의 슬픔을 어루만진다.
쿨(Cool)하면서도 따뜻한 이 영화가 묘한 설렘과 함께 울림을 주는 것은 왕자웨이의 카메라 감독으로 유명한 촬영 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의 덕이 크다. 건조한 그의 카메라는 지쳐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외톨이의 슬픔에서 사랑의 희망까지 다양한 감정들은 그의 카메라를 통해 일관되게 쿨함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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