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 서인도 제도 멕시코만에서 발생, 미국 동해안을 강타하는 열대성 폭풍우가 허리케인(hurricane)이다. 스페인어의 우라칸(huracan)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우라칸은 카리브해 연안에 살던 원주민들의 말이다. ‘폭풍의 신’이란 뜻이다.
이 ‘폭풍의 신’은 미국으로서는 정말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여름이면 열대성 저기압이 계절풍을 타고 북상하곤 한다. 폭풍우의 중심에 들면 나무가 뿌리 째 뽑히고 집이 날아가고 자동차가 뒤집히기도 한다. 일시에 홍수가 일어나 범람하는 황토물로 아수라장을 이룬다.
영화 ‘트위스터’(1996년)에서 기상 과학자들이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진압하기 위해 애쓰는 무용담은 허리케인의 천재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미 동부지역의 염원을 담은 것이다. ‘퍼펙트 스톰’(2000년)은 북대서양으로 조업나갔다가 해마다 폭풍우로 많은 인명 피해를 당하는 매사추세츠주 게일 지방 주민들의 재난을 묘사했다.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9일 오전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를 강타한 외신 보도가 처참하다. 시속 300㎞에 육박하는 태풍은 8.4m 높이의 해수면 상승을 가져왔다. 이 바람에 뉴올리언스시는 70%가 해수면에 잠기고 전기가 다 끊겼으며, 도로란 도로는 탈출행렬로 마비됐던 것으로 전한다. 주민들이 대피중이던 미식축구경기장 수퍼돔의 지붕이 떨어져 날아가기도 했다. 허리케인이 휩쓴 미국 남부 멕시코만 해안지역은 곳곳에 이같은 참상이 벌어져 바다에 정박해 있던 배가 파도에 떠밀려 고속도로에 놓인 보도사진이 생뚱맞게 보였다.
설상가상의 오일 쇼크가 걱정된다. 가뜩이나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판에 미국 정유시설의 30%가 모여있는 멕시코만이 허리케인의 예상 진로로 지목되고 있다. 한동안은 10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70, 80달러까지 기록했다.
미국 정유시설이 강타 당하면 당장 배럴당 100달러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허리케인은 미국만이 아닌 세계인이 두렵게 여기는 불청객이 된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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