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朴 ‘밀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논의회동 제의를 받아들였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체면 불고하고 결혼(연정)하자며 하루가 멀다하고 졸라대는 것이 우선 부담이 됐을 것이다. 청혼(연정)제의는 듣지 않았던 일로 치부했지만 집요한 대통령의 스토킹은 “(자기)말 (연정)을 박 대표가 듣지 않으면 수세에 몰릴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연정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 그런 그가 노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을 수락한 것은 연정(聯政)인 지, 연정(戀情)인 지 아무튼 공개적으로 치근덕 거림을 당하는 것이 이젠 귀찮게 여길 수 있게 됐다.

박 대표의 입장에선 “그래? 정 그렇다면 만나서(거부하는 쪽으로) 따지겠다”는 작심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생각은 그게 아닐 것이 분명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여자)가 없다’고 했으니, 드디어 안방까지 오기로 된 박 대표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저의에 골몰할 것이다.

이미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는 말은 했으니, 만나는 자리에선 더한 유혹의 말이 없지않을 공산이 짙다. 그러나 재산 많은 남편이 아내에게 아무리 잘 해주겠다고 한다 해도 남편 명의의 재산은 아내의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남편의 소유다. 노 대통령이 박 대표를 국무총리 자리에 앉혀 자기 명의의 권력을 아무리 통째 이상으로 내준다 해도, 그 권력은 박근혜의 것이 아닌 노무현의 것이다.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 왕 펠리페 2세의 끈질긴 구혼을 물리치고 오히려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 세계 제해권을 장악함으로써 대영제국의 위업을 닦았다. 촉망받았던 재원 황진이는 짝사랑 끝에 상사병으로 죽은 이웃집 총각의 관에 자신의 치마를 덮어준 감상적 행위로 끝내 인생이 바뀌고 말았다.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랑이굴(청와대)에 들어가는 박 대표가 (엘리자베스 1세처럼) 호랑이를 잡을 것인 지, (황진이처럼) 잡아 먹힐것인 지가 주목된다. 오는 6일로 예상되는 회동은 단 둘이 만나는 밀담에 가까운 단독 대면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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