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근 세미나와 성명서 등을 통해 사형제의 존치를 주장한데 대해, 이미 1998년부터 사형제 폐지운동을 벌여온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반박하고 나섰다.
한기총은 지난 8월 19일 열린 ‘사형제도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인간 생명 존중을 위해 사형제도는 유지돼야 하며 사형폐지론은 성서적이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무릇 사람의 피를 흘리면 사람이 그 피를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은 지었음이니라”는 성경 창세기 9장 6절을 앞세웠다.
인간이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이 고의로 다른 사람을 죽였을 경우에는 하나님께서도 사형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로마서 6장 23절 “죄의 값은 사망이라”도 이같은 하나님의 뜻을 명확히 하는 구절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하나님의 법에 비추어 볼 때 엄격히 규정된 (인간의) 법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합당한 벌을 주는 것은 국가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는 사형보다도 더 잔인한 형벌”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KNCC는 “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마태복음 5장을 들어 사형 불가론의 근거를 들고 있다. 더욱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숨을 거두면서도 하나님에게 자신을 죽인 자를 용서해 달라고 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극악무도한 흉악범의 생명이라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 즉 생명권은 박탈될 수 없다면서 “하나님께서도 성경에 사형을 인정하셨으므로 사형제도는 성서적”이라는 한기총의 주장은 성서문자주의적, 그것도 단편적 이해이며 하나님의 뜻을 온전하게 깨닫지 못한 무지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모두 성경에 근거한, 따라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양측의 논쟁이지만 그러나 법은 인간적이어야 한다. 사형제도를 폐지할 경우 날뛸 살인 흉악범들을 상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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