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새벽에 입적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法長) 스님의 법구가 의학 연구실험용으로 기증됐다는 보도는 경외롭다. 1994년 3월 불교 재단인 동국대 일산병원에 기증해놨다니 이미 10년이 넘는다. 조계종은 유지를 받들어 다비식을 취소하고 법구를 일산병원으로 모셨다. 스님은 생전에 생명나눔운동을 벌인 바가 있다. 그렇긴 해도 자신의 사후 육신을 의학 발전을 위해 보시(布施)한 중생 제도는 놀랍다.
의학 연구실험용이란 뭔가, 한 마디로 시신이 메스에 의해 갈래 갈래 해부된다.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시신이 뭔가, 영혼이 입던 옷이다. 육신이 입던 옷이 육신을 떠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영혼이 입던 육신이 영혼을 떠나 보내면 입던 옷과 같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고 죽은 육신은 매장하거나 화장하거나 흙으로 다 돌아간다. 의학 연구실험을 거쳐 화장되어도 역시 흙으로 돌아가기는 같다.
유명 인사들이 더러 시신을 기증해 화제가 되곤 했다. 어느 해부학 교수는 운명하면서 자신의 육신을 후학을 위해 기증한 적이 있다. 가진 것 없는 무명의 서민들도 시신을 기증하는 사례가 적잖다. 가톨릭의과대학에서는 기증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미사를 매월 목요일에 갖는다. 연구실험을 마치고 화장할 때까지 갖는 위령미사에 참석하는 유족들은 거의가 이름없는 서민이다. 부부가 함께 기증해놓고 먼저 간 아내를 위해 뒤따를 남편이 참석하기도 하고,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역시 뒤따를 아내가 참석하기도 한다.
세상을 살려면 미워할 때도, 다툴 때도, 싸울 때도 있지만 삶의 실체가 뭣인가를 헤아리고자 하는 부단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지나고 보면 허무하다. 허무한 가운데 실상이 있고 실상이 있는 가운데 허무한 것이 인생이다. 법장스님은 개인 통장 하나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 전한다. 마지막 가는 길에 육신마저 연구실험용으로 공양했다. 정부는 민간인 최고의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그렇지만 스님의 영혼은 한낱 쇠붙이로 볼 것 같다. 왕생극락 하소서./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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