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의 무행정

네덜란드사람 딕 아드보카트가 한국축구대표팀의 새 감독이 됐다. 이미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 지은 대표팀에 ‘무임승차’했기 때문에 꽤 운이 좋은 사람이다. 급여도 연봉으로 환산하면 100만 달러(약 10억원) 수준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의 연봉과 비슷하다. 독일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20만 달러 이상의 옵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움베르트 코엘류( 70만 달러)나 본프레레(65만 달러) 등 전임 감독들보다 후한 대접이다. 축구협회가 “여러 면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듯이 이왕 뽑힌 아드보카트가 한국축구를 잘 이끌어 줄 것을 바란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매끄럽지 못한 협상과정의 문제점은 따져 볼 일이다. ‘딕 아드보카트 - 팀 베어백’ 카드를 두고 다른 후보들과는 아예 접촉도 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 2일 후보군 7명을 발표하면서 비공개원칙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날 후보군 발표는 당초 계획에 없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과 강신우 부위원장의 ‘입’이 맞지 않은 데 따른 실언의 결과다. 10일에는 네덜란드의 한 축구 전문지에 의해 아드보카트 감독과 베어백 코치가 한국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고 사전 보도되기까지 했다. 애당초 아드보카트 감독을 내정해놓고 비공개 원칙을 방패로 보비 롭슨(잉글랜드), 마르셀로 비엘사(아르헨티나) 등 세계적인 명장들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후문이다. 감독과 아예 접촉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 후보로 거론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행정 절차도 아니지만 거론된 후보들의 자존심과 명예에 손상을 입힌 행위다.

영국에 기반을 둔 스포츠 에이전트 업체인 KAM에만 의존한 것도 축구협회의 협상력과 정보력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KAM은 2001년 히딩크 감독부터 코엘류, 본프레레 감독에 이어 아드보카트 감독과의 계약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사령탑을 데려올 때마다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 4명의 감독이 모두 KAM 소속이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도 감독을 맡을 사람이 없지 않은데 구태여 외국인을 감독으로 ‘모시는’ 것도 마땅치 않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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