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움츠린 아버지들이여!
지역을 지키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는 극단이 있다. 호응을 받으면서도 때론 난관에 부딪치지만 열정만은 변함이 없는 듯 하다.
극단 믈뫼(대표 임성주)가 창단 25주년 기념공연이자 111회 정기공연인 ‘폭풍의 그늘’을 20일부터 25일까지 부천에 위치한 극단 믈뫼 전용극장 ‘열린무대’에서 연다.
작품은 자그만 항구 도시, 폭풍의 언덕 이층집에 반갑지 않은 여자가 찾아오며 시작된다. 그녀는 아버지 내연의 처. 아버지의 제삿날 그녀와 함께 가족들은 풍파속에 제사를 지낸다. 아들 달연은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달연의 기억속의 아버지, 가족들에게 무능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만들어낸 바로 그 장본인인 그 여자가 자신의 위치를 주장하며 가족들에게 나타났으니 달연으로서는 환장할 일이다. 그 여자와 함께 살아가면서 충돌의 연속이던 어느날 그 여자는 자신의 생명이 다함을 직감하고 모든 진실을 밝히는데….
‘폭풍의 그늘’은 ‘아버지’란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이면의 진실을 말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언제나 우리를 혼내고 야단치는 것 같지만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는 아버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가면서도 가정을 지켜주는 그런 사람. 스토리의 현실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아버지는 아버지란 이름을 버릴 수 없다는 것.
임성주 대표는 “사회적인 병리현상은 간과하고 나약한 아버지를 ‘무능’으로 마냥 치부해버리는 오늘날 분위기를 지나칠 수 없었다”며 “궁지에 몰려 위상을 잃고있는 우리 아버지들, 그들의 참 모습은 무엇인지 한 번쯤은 조명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32)655-8815.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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