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의 유상 매매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로 엄격히 규정돼 있다. 그러나 장기 매매가 일부 유명 병원을 무대로 대대적으로 자행돼 온 사실이 경찰수사로 드러났다. 인명을 경시하는 세태도 심각하거니와 그 방법이 비도덕적· 비인간적이어서 충격이 크다. 더구나 병원 관계자까지 낀 알선 브로커들이 급전이 필요한 신용불량자와 영세민들의 장기를 노렸다는 사실에서 참담해지는 심사를 금할 수 없다. 브로커들은 장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만 주면 사람의 장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유혹해 거액을 챙겼다.
이들 브로커들과 장기매매를 모의한 관련자들의 수법이 너무 교활하다. 브로커들은 환자 정보에 밝은 모 병원 장기 코디네이터 겸 전직 간호사 출신을 통해 병원에서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접근, 장기매매를 제안했다. 이 대가로 코디네이터는 장기 이식 심사 절차를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서류를 허위로 꾸며 주고 그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
브로커들이 종교계를 악용한 것도 문제점이다. 브로커들은 교회나 사찰의 신도에게 장기를 이식해주는 것 처럼 꾸미기 위해 해당 시설의 목사나 승려로 부터 신도증 및 순수 기증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다. 장기의 유상 매매가 위법이고, 심사를 담당하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서류심사만 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를 위해 브로커들은 사찰의 신도로 위장하기 위해 사찰 인근으로 주소지를 옮겼으며 또 인근 회사에 다니는 것으로 속이기 위해 허위 재직증명서를 작성하는 등의 수법을 동원했다.
물론 문제는 불법인줄 알면서 장기를 사고 파는 사람들이다. 장기 제공 뒤 발생하는 고통과 후유증을 감수하면서까지 장기 매매에 나선 사람들은 주로 개인적인 채무, 생활고 등으로 급전이 필요한 저소득층과 신용불량자들이다. 이들이 제공한 신장은 제공자의 연령, 건강상태에 따라 2천만 ~ 4천만원에 거래됐지만 알선 수수료를 제외한 1천만 ~ 2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장기 수혜자들이 “돈 주고 샀는 데 무슨 죄가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신장 뿐 아니라 간도 매매되고 있다는 첩보를 경찰이 입수했다고 한다. 장기를 불법으로 팔고 사는 비정한 세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심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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