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홍콩 합작 ‘칠검’
아시아 대표선수 뭉친 무협액션쇼!
‘홍콩액션의 전설’ 류자량 검술 자랑 전쯔단, 김소연과 한국어 대사 소화
좁은 벽 사이 두 남자가 벽을 오르내리며 육중한 검을 ‘쨍’ ‘쨍’ 부딪힌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나가기도 힘든 좁은 공간이지만 둘은 벽을 타며 대단히 격렬하게 싸운다.
웬만큼 정교한 액션의 합(合)이 아니고는 나오기 힘든 명 액션. ‘칠검’을 관통하는 여러 리얼 액션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동시에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쉬커 감독이 모처럼 정통 액션을 들고 나왔다. 투박하지만 힘의 무게가 화면 밖으로 전해지는 정통 액션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향수도 전해준다. ‘칠검’의 이러한 리얼 액션의 뒤에는 ‘취권’ ‘외팔이 검객’ ‘소림사’ 등을 만든 홍콩 액션의 살아있는 전설 류자량(劉家良)이 자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무술 감독인 동시에 일곱 무사 중 한명으로 직접 출연도 한 류자량은 ‘칠검’을 통해 “살아있는 액션”을 보여주겠다는 쉬커 감독의 뜻을 제대로 구현했다.
‘동방불패’ ‘영웅본색’ ‘황비홍’ ‘신용문객잔’ 등 숱한 액션 히트작을 낸 쉬커 감독은 ‘칠검’에서도 무협 거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조급해하지 말고 검술을 즐겨라.’ 무술연마와 무기소지가 금지된 17세기 청나라. 무술을 연마하는 자들의 머리에는 수백냥의 은화가 현상금으로 걸려있고 이때를 노려 무차별 사람 사냥에 나서는 무리들이 있다.
전국이 피바다에 휩싸이자 천산에 머물고 있던 일곱명의 무사들이 산을 내려온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용도의 검을 무기로 사람 사냥꾼들에 맞선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드라마보다는 액션에 무게 중심을 싣기 때문. 리밍, 전쯔단, 찰리 양, 김소연 등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사실 그들의 얼굴 역시 육중한 액션에 묻힌다.
그만큼 이 영화의 포인트는 액션인 것. 그 때문에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에게는 무사들의 캐릭터와 각각의 검에 얽힌 사연들이 좀더 자세하게 부각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에서는 이미 이 영화가 상상 이상의 히트를 기록했다. 검이 기둥과 강철 솥단지를 가르기도 하고, 양날의 칼이 되어 때로는 무사 자신을 공격하기도 한다.
‘영웅’이나 ‘와호장룡’에서 보아온 휘어지는 부드러운 검이 아닌, 바위를 가르는 단단한 검에는 어떤 트릭도 숨을 구석이 없다. 오로지 정면승부다.
쉬커 감독은 그러나 한가지 멋을 부리기도 했다.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사냥꾼들의 모습과 그들의 무기는 서양의 야만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의 그로테스크한 분장은 현실에 발을 붙이지 않은 판타지를 만들어내며 그들의 가공할만한 무기 역시 상상의 소산. 지극히 대륙의 냄새가 묻어나는 영화지만 이렇듯 도입부에서는 살짝 변주를 취했다.
한국 홍콩 중국이 공동제작한 영화답게 김소연과 전쯔단은 각각 조선에서 끌려온 노예와 백두산에서 내려온 무사로 설정돼 한국어를 구사한다. 쉬커 감독은 한국관객의 구미에 맞춰 중국 버전에서 20여분을 줄였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미스터 주부 퀴즈왕
충무로판 ‘불량주부’ 한석규가 돌아왔다!
남자 전업주부는 분명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소재다. 출발부터 희소성과 의도하지 않은 코믹성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기에 퀴즈쇼를 결합했다. 승부가 있고 그 과정이 드라마틱하고 감칠맛나는 퀴즈쇼 역시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소재로 손색이 없는 아이템. 다만 남자 전업주부의 ‘위상’이 워낙 큰 까닭에 극중 퀴즈쇼는 하나의 소품에 머물게 된다. 그래도 시작은 좋았다. 흥미로운 소재 둘을 결합시킨 발상이 귀엽다.
한석규가 모처럼만에 코미디로 돌아왔다. ‘텔미썸딩’ 이후 한동안 쉬다가 복귀, ‘이중간첩’ ‘주홍글씨’ ‘그때 그사람들’에 잇따라 출연하며 존재감을 다시 알렸던 그는 최근작들이 모두 무거웠다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벼운 작품을 선택했다.
스크린 데뷔작인 코믹영화 ‘닥터 봉’의 추억을 되새기며 다시한번 관객과 ‘즐겁게’ 소통하고 싶었던 듯 하다. 프로답게 그는 어깨에서 힘을 확실히 뺐다.
오랜만의 코믹연기에 스스로 닭살이 돋기도 했을텐데 우스꽝스러운 여장까지 소화하며 영화에 전념했다. 여기에 코믹 연기의 달인 공형진이 친구로 가세하면서 두 남자의 그림이 꽤 여러 대목에서 폭소를 자아낸다. 게으른 화장실 유머가 아닌, 상황이 빚어내는 유머인 까닭에 스크린과 관객의 소통은 편안하다.
극중 한석규는 6년차 전업주부다. 주전자의 물때를 제거하는 방법과 국에 들깨를 갈아넣어 간을 하는 레서피 등이 몸에 붙은 살림꾼. 여느 주부와 다름없이 동네아줌마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고스톱도 잘 치고 계도 조직한다. 대신 그의 아내 신은경은 방송국에서 MC로 일하며 돈을 벌어온다. 아침에 아내의 귀고리와 스타킹을 찾아주는 것 역시 한석규의 몫이다.
그런데 사단이 벌어진다. 낮은 은행 이율로 저금하는 대신 계를 붓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3천만원짜리 계를 들었는데 그만 계주가 야반도주해 버린 것. 이 때문에 그가 ‘주부 퀴즈왕’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영화는 남자 전업주부의 일상을 통해 소소한 재미를 포착했다. 여자들이 친정엄마와 담그는 김장김치를 그가 어머니와 담그고, 고스톱을 치며 저녁 찬거리 값을 마련하려는 알뜰함 등이 그것. 동시에 “나도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게 좋은 줄 알아?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잖아”라는 대사를 통해 가정을 지키는 주부의 손을 높이 들어준다.
그러나 재취업할 생각은 안하고 엉뚱하게 퀴즈쇼에나 출연하는 남편이 챙피해 집을 나가버리는 아내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을 반영한다. 이 영화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것. 영화는 모난 구석 없이 건전하다.
그러나 반대로 딱히 주목할만한 점이 없다는 얘기. 상업영화로서 발화점에 도달하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29일 개봉.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