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EU

터키공화국은 극동지역인 한반도와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아시아 나라다. 아시아 서쪽 끝, 그러니까 극서지역이다. 6·25 한국전쟁 땐 5천400여 명의 지상군이 참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선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나라끼리 한국과 터키가 4강전을 가졌다. 동으로 이란, 서쪽으로 에게해, 남으로 시리아와 지중해, 북으로 흑해 등과 인접한 국토 면적이 78만576㎢로 한반도의 3배를 좀 넘는다. 터키의 일부 지역인 애나톨리아는 옛날 동로마제국의 영토였다. 13세기 무렵 중앙아시아에서 서진한 오스만투르크제국의 터키인이 90%를 차지하며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도다. 1차 대전에 참전해 패전한 후, 오늘날 국부로 숭앙받는 케말 파샤가 이끈 국민운동이 일어나 쇠퇴한 제정을 폐한 데 이어 영국과 그리스군을 격파한 1923년 공화제를 선포했다.

터키의 26번 째 유럽연합(EU) 가입이 막판 난항을 겪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겉으로는 가입을 환영한다면서도 속으로는 껄끄럽게 여기던 게 반대 여론이 마침내 노골적으로 터졌다. 쉬셀 오스트리아 총리가 지난달 30일 “터키를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자 이에 동조하는 회원국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독일의 반대에 이어 가입을 지지하던 프랑스도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협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EU의 전반적 분위기가 좋지않게 돌아간다. 압돌라 터키 외무부장관은 “터키를 2등 국가로 차별화하는 협상안은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터키의 EU 가입 가능성은 절반 이하로 보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터키가 EU 가입에 곤혹을 겪고 있는 것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아시아 나라라는 것과 이슬람국가라는 이유때문이다. 지구촌의 블록화 경향이 점점 심각해진다. 미국 중심의 북미권, 브라질 중심의 남미권 그리고 유럽의 EU권에서 아시아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지구촌의 지역차별·문화차별에서 아시아의 대응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만이 있다. 아시아권 연합은 형성될 수 없는 것일까./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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