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주범 ‘철새’

세계적으로 조류독감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선 7월 이후 6명이 조류독감으로 사망했다. 유엔 인플루엔자 담당 조정관 나바로 박사가 “조류 독감으로 최대 1억5천만 명의 인류가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최근이다. 미국은 2천만 명에서 1억5천만 명 분의 백신 확보를 위해 60억달러에서 100억달러의 투자에 나섰다. 가난한 나라는 백신 확보도 어렵다. 한국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 70만 명 분을 확보해 놨다. 그러나 백신이 능사가 아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베트남과 중국에서 일어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기존의 백신에 내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조류독감의 확산 주범이 철새다. 들오리를 비롯한 야생 조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강하다. 이에 비해 닭이나 집오리 등 가금류는 조류독감에 걸리면 이내 죽는다. 철새의 배설물이 조류독감 대륙간 이동의 매체가 되고 있다. 한반도 역시 조류독감 안전지대가 아니다.

본격적인 철새 이동시기가 다가온다. 농림부는 겨울 철새를 통해 조류독감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류독감 발생주의보를 곧 발령하기로 했다. 이어 오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할 예정이다. 조류독감이 퍼진 동아시아와 지난 7월 이후 역시 조류독감이 발생한 시베리아 카자흐스탄 몽골 등지의 철새 이동경로가 한반도여서 안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농림부의 판단이다.

여름 철새 겨울 철새 할 것 없이 수 만리를 날아 찾아오고 떠나는 철새는 계절의 진객이다. 서식지를 찾아 무리를 지어 군무를 이루는 철새떼 모습은 장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철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세상 많이 달라져간다. 이런 계절의 진객으로 보호받는 철새가 무서운 조류독감의 대륙간 이동의 주범이 됐으니 철새도 이젠 달리 보아야 하는 것인 지, 자연의 정서마저 삭막해져 간다는 생각이 든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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