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양청 “이주 불가능…” VS 라이프아파트 주민들 “거주지 옮겨달라”
인천시 중구 신흥동 남항부두와 항동을 연결하는 남항연결교량 설치를 놓고 지역 주민들과 행정관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지역은 대형 산업시설 20여개와 50여곳에 이르는 활어유통조합이 산재, 연안부두에서 옛 백주년기념탑까지 3㎞ 구간은 항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건설계획 변경 때문
지난 2001년 남항연결 교량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단독으로 남항 석탄부두에서 곧바로 선광부두까지 연결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03년 5월. 인천항 기본계획이 변경되면서 당초 5천t급 부두로 계획됐던 선광부두가 대중국 교역량 확대 등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나자 1만8천t급 부두건설로 계획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최소 1만t급 선박이 남항연결 교량 밑을 안전하고 원활하게 통항하기 위해서는 최소 교각 높이가 수면으로부터 50m 이상은 확보돼야 하고, 교각 길이 161m, 수심 -9.6m가 필요하게 됐다. 이같은 계획변경으로 당초 교량건설계획은 불가능하게 됐고, 이 규모에 맞게 교량을 건설하려면 처음 계획했던 예산 400억여원의 3배가 넘는 1천300억여원이 필요하다.
교량 하나 건설하는데 1천300억원이 소요된다는 것은 왠만한 규모의 부두 몇개를 건설할 수 있을 만큼 큰 액수로 해양수산부가 선뜻 예산을 지원할 리 없다.
■변경노선 주민들과 줄다리기 협상
인천해양청은 고심 끝에 결국 노선을 바뀌 라이프아파트 인근을 지나는 노선(기존 검토1안)으로 결정했다.
또 당초 인천해양청 단독으로 벌이려던 교량건설 사업을 인천시와 사업비를 분담하는 등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유는 기존의 연결교량은 부두를 통행하는 차량들만 이용하는 순수한 항만시설인 반면 노선을 바꿀 경우 항만 이용차량은 물론 일반인들도 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천시는 선뜻 50%의 사업비를 대기로 했다.
그러나 연안동 라이프아파트 주민들은 교량 노선을 변경할 경우 이 지역의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해양청은 지난 5월6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모두 5개의 대안을 찾아내 주민들과 타협을 벌이고 있다.
인천해양청은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교량의 노선을 최대한 라이프아파트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돌리는 한편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방음벽을 설치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도신도시 이전 요구에 당국 난색
그러나 주민들은 당초 계획된 지점에 교량을 건설할 것을 재차 요구하며 조금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주민 수백여명이 ICT 및 석탄부두 진입로를 점거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주민들은 연안비취맨션 이주를 위한 대책위를 구성하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라이프아파트 부지를 아예 인천시와 인천해양청이 공동으로 수용한 뒤 항만부지로 사용하고 자신들은 송도신도시 내 일정부분의 주거용지를 대토해 줄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2천여가구에 이르는 고밀도의 아파트를 수용한다는 것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다.
■한치 양보 없어… 사업비 반납 위기
이로 인해 주민과 행정기관의 첨예한 갈등속에 남항 연결교량 건설사업은 무산위기에 놓였다.
인천시와 인천해양청은 올해안으로 100억원을 들여 다리 건설에 필요한 실시설계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조금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비를 반납해야 할 형편이다. 내년 초 착공계획이던 본공사도 이미 물건너간 상태다.
정부 예산의 특성상 한번 반납한 예산은 다시 수립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남항연결교량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영철기자 wyatt@kgib.co.kr
■신순균 인천해양청 항만공사과 계장
방음벽 설치·녹지 조성등 지원
-남항연결교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현재로서는 앞이 보이질 않아 답답하다. 주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요구하고 있는 원래 계획(석탄부두~선광부두)대로 교량건설이나 이주대책 모두 불가능하다.
특히 이주대책은 인천해양청의 권한 밖의 일이다. 인천시도 주민이주 요구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 이주를 한다고 해도 당장 1~2년 이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차근차근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 가겠다.
-남항연결교량이 건설되지 못할 경우 나타날 문제점은.
▲ICT부두, 석탄부두, 각종 산업시설이 들어서 있는 연안동 일대의 교통체증이 심각해 질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주민들의 피해는 확대된다. 원활한 교통소통과 주민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도 남항연결교량은 조속히 건설돼야 한다.
-인천해양청이 계획하는 대로 교량을 건설할 경우 주민피해 방지 대책은.
▲계획대로 교량을 건설할 경우 교량과 아파트 단지와는 최소 100m 이상의 거리가 떨어져 소음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세한 소음마저도 줄이기 위해 방음벽을 높게 설치하는 것은 물론 주변에 녹지대를 조성하겠다.
■이연숙 비상대책위 공동위원장
교량계획 변경 아니면 이주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곳에 살아봐라. 여름에는 냄새가 올라와 창문을 열수 없고, 빨래를 베란다에 널 수가 없다.
하루에도 수없이 청소를 하지만 시꺼먼 먼지가 올라온다. 주거환경이 말이 아니다.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라리 주민들을 이주시켜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최근 주민들이 주장하는 아파트 단지 전체 이전 주장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고 무리라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 주민들의 주장은 당초부터 아파트단지 이전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좀더 개선된 주거환경을 주장했으나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 이주대책이 나왔다. 그리고 라이프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53%에 이르고 부지는 평당 300만~500만원이나 된다. 충분한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방침은.
▲행정관청은 처음부터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주민들은 주거권 확보를 위해 집단행동도 불사하고 각종 기관에 청원서를 제출해 나가겠다. 아울러 주민들의 의견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알려나갈 방침이다.
■남항연결교량은
인천시 중구 남항에서 발생하는 물동량 처리를 위한 남항연결교량(라이프아파트~대한통운부두) 건설사업.
라이프아파트~대한통운 부두(대 1-10호선)간 총연장 530m(폭 22m, 왕복 4차선) 규모의 연결교량을 43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해 말 착공, 오는 200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변경된 교량계획은
▲연안동 소방파출소 앞 교차로 예각교차 접속안(1안) ▲소방파출소 앞 교차로 직각교차 접속안(2안) ▲석탄부두 접속안(3안) ▲남항연결매립안(4안)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부두 직각 연결 접속안(5안) 등을 놓고 타당성 분석을 벌여 제1안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주 검토 아파트는
인천시와 인천해양청은 항운아파트(510가구), 연안아파트(699가구), 라이프아파트(2천8가구) 등 3천217가구에 대한 이전 검토 용역을 최근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 올 연말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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