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

개성 상인들의 단결력은 일본 강점기 당시의 일제조차 꼼짝 못했다. 식민지 수탈정책도 결국 개성 상권 앞에서는 두 손 들고 말았다. 이런 단결력은 두 가지 점에서 나왔다. 첫째는 신용이다. 돈 거래나 약속을 정확히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상품 자체의 품질도 철저히 신용위주로 일관했다. 또 하나는 의리다. 남의 장사에 지장을 주는 유사행위나 남의 장사를 빼앗는 일은 배신으로 규정했다. 오직 자기 방식의 장사 기술, 즉 독자성을 창출하기에 서로가 노력했다.

이런 개성의 훌륭한 상인 정신이 깃들었던 개성관광이 배신의 상품으로 둔갑되고 있다. 개성관광사업은 원래 현대가 맡아 이미 시범관광까지 마쳤다. 이랬던 게 김윤규 전 현대아산 사장의 퇴진에 이어 부회장 자리에서도 밀려나게 되자 북측은 현대를 ‘왕따’시키고 롯데관광에 추파를 던져 끌어 들였다. 김씨를 다시 복직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들어주긴 고사하고 현대에서 아주 몰아내려고 해 현대의 기득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고 나선 것이다. 김씨는 대북 관련 자금의 상당액을 횡령했다는 것이 현대측의 자체 감사 내용이다. 북측이 김씨와 어떤 개인 관계를 맺고 있는 진 알 수 없으나 누굴 어떤 자리에 앉히라 마라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이런 북새통을 틈타 개성관광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롯데관광의 자세도 괴이하다. 북에선 벌써부터 덤으로 비료와 아스팔트 재료를 1천만 달러(103억원) 상당의 지원을 요구했다. 사업이 시작도 되기전에 이런 가외 요구를 해오면 나중에 투자되고 나서는 또 뭣을 달라고 할 지 모른다. 롯데관광이 밝힌 개성관광사업 참여 의사는 잘못된 것이다. 대북사업 파트너를 북쪽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하게 습관을 들여서는 결국 죽도 밥도 안 된다. 당장은 개성관광사업을 따낼 지 몰라도 뒷날엔 현대 보다 더 큰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롯데관광은 현대가 연고권을 가진 개성관광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했어야 옳은 일이다. 이래야 북이 남쪽 기업을 만만히 볼 수 없는 데 안타깝게 됐다. 롯데관광은 그 옛날 개성 상인의 정신을 본받어야 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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