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가을 남자’의 연관성을 동양에선 음양오행원리(陰陽五行原理)로 설명한다. 가을은 ‘금(金)’ 기운이 많아 만물이 ‘움츠러드는(肅)’계절이라 양기 많은 남성이 가을의 이 음(陰) 기운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한방에선 “상반된 기운에 이끌려 감정이 동(動)하는 자석 효과”라고 설명한다. 같은 이치로 ‘목(木)’에 해당하는 봄에는 만물이 움트기(生) 때문에 음기 많은 여성이 봄만 되면 좋아하는 것도 다 그 양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양의학 전문가들은 특별히 남자만 가을을 탄다는 통념은 학술적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낮이 점점 짧아지는 가을엔 일조량이 줄고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많아지면서 무기력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남녀 차이는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춘곤증’은 있는데 ‘추곤증’이란 말은 없다. 봄이나 가을은 기온이 비슷한데 가을에는 봄처럼 입맛이 없어지거나 졸음이 오진 않는다. “춘곤증은 인체가 환경 변화에 일시적으로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세로, 현재보다 이전 계절과 관계가 깊다”고 한다. 즉 겨울동안 운동량과 야채(비타민·미네랄) 섭취량이 줄었다가, 봄에 기온이 높아지고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체온도 높아지고 신진대사가 갑자기 증가해 피로를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가을에는 낮이 길고 무더운 여름 날씨에 적응이 된 상태에서 날씨가 쾌적해지기 때문에 춘곤증처럼 심한 부적응 자세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기온이 떨어지고 일교차가 커지기 때문에 감기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봄이든 가을이든 환절기 기후 변화에 빨리 생체리듬을 맞추려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해주는 게 좋다. 단백질 식품이나 제철 해물, 녹황색 야채가 여름내 지친 몸을 회복시켜 주는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다. 햇빛을 덜 받아 생긴 ‘계절적 우울증’에는 산책이나 가벼운 일광욕이 심신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남자만 가을을 타는 건 아니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정신적으론 오히려 더 깊은 가을앓이를 할는지도 모른다. 고독도 즐기면 약이 된다고 하였다. 혼자서도 좋고, 둘이면 어울려 보이고, 서넛이 함께면 즐거워진다. 혼자서면 어떠랴. 햇살 맑은 이 가을 날, 단풍이 고운 산길이나 억새꽃 휘날리는 들길을 걷자. 낭만에 취해보자. /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