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벅의 대하소설 ‘대지’(大地)는 193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성장하고 어른이 되고도 중국에서 살면서 목격한 중국의 농촌 얘기를 묘사한 역작이다. 빈농인 왕롱(王龍)이 갖은 고생을 다 해가며 벌어 절약한 돈으로 농토를 조금씩 사들인 게 말년엔 지주가 된다. 그러나 아들과 손자대에 이르러 집안이 전란속에 재산 분쟁으로 분열되면서 몰락해 간다.
중국 농촌의 빈부를 3대에 걸쳐 서사시적으로 묘사한 중국 근대사의 한 단면이다. 당시 사회는 실제로 마차를 타고 한 나절을 달려도 자기 땅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의 대지주가 있었는가 하면 자기 땅이라고는 한 뼘도 없는 소작농이 수두룩했다. 처·첩을 열 명씩 데리고 사는 부호가 있었는가 하면 나이 40이 넘도록 장가 한 번 들지못하는 가난뱅이 노총각이 수두룩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주의 혁명은 무력도 무력이지만 이처럼 빈부의 격차가 심한 다대수의 무산계급이 들고 일어나 대륙이 공산화됐다.
중국의 개혁 개방과 함께 20여년 주도되어온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이 지난 11일 폐막된 공산당 16기 5차 중앙위전체회의에서 균부론으로 수정됐다. 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는 것이 선부론이고, 모두 다 같이 잘 살자는 것이 균부론이다. 수정된 배경은 격심한 빈부의 차이 때문이다. 산업사회의 눈부신 발달은 30대 재벌 40대 재벌이 역시 수두룩할 만큼 많이 나왔지만 옛 농경사회에서처럼 아직도 가난한 계층이 많아 균부론, 즉 다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 5개년 계획’을 채택하게 됐다.
특이한 것은 농민의 수입 증대 및 농촌생활 향상, 빈곤계층 재정지원 등과 함께 개방형 시장경제 체제 완성 등 분배와 성장을 균형있게 조화를 이루는 점이다. 오는 2010년까지 통제형 계획경제 체제를 완전히 개방형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기업활성화를 적극 돕는다는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빈부의 격차, 사회 양극화 현상은 우리 국내도 위기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에 비해 해법이 다르다. 성장보다 분배에 치우치고, 상향 평준화가 아닌 하향 평준화, 기업정서 조장이 아닌 반기업정서 조장으로 비유된다. 이 정권의 실책이 크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