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광고

“좋은 약이라면서 약값은 왜 이리 싸요?” “텔레비전 광고에 안 때리니까요” 어느 약국에서 있었던 소비자와 약사의 대담이다. 소비자는 그래도 미심쩍은 듯 약 갑을 이리저리 살핀다. 텔레비전 광고를 안 내어 약값이 싼 것은 좋지만, 텔레비전 광고에서 듣도 보도 못해 미덥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텔레비전 광고는 어느새 소비자들을 이렇게 길들여 왔다. 텔레비전 광고에 나온 상품이어야 제대로 된 상품으로 여겨지게 됐다. 텔레비전 광고에 안 나온 것이면 오죽하면 텔레비전 광고도 못냈겠느냐며 미덥지 않게 여긴다. 이건 분명히 소비자들의 착각이다. 그러나 이런 소비자들의 착각을 이용해 텔레비전 광고는 호황을 누린다. 업계는 연간 텔레비전 광고비가 수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토막광고, 프로그램 제공 광고로도 양이 안 차는지 중간광고설까지 나와 되느니 안 되느니 하고 논란이 됐다.

그러나 텔레비전 광고비가 아무리 비싸고 많이 지출되어도 생산업체는 별 걱정을 안 한다. 텔레비전 광고비를 생산원가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직접 광고비만은 아니다. 텔레비전 광고를 때릴려면 CF를 만들어야 한다. 거액의 모델 출연료 외에 스태프진영의 인건비 등이 또 굉장하다. 이같은 간접 광고비 역시 소비자들이 부담한다.

국정홍보처가 텔레비전 광고를 더러 한다. 처음엔 공익성 광고를 하다가 정부 홍보를 하더니, 언제부터인 지 노무현 대통령이 출연한다. 노 대통령이 직접 나와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집시다”라는 멘트를 한다. 대통령이 광고 모델로 나오는 건 전례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고 자신감을 갖자’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문제는 그런다고 희망과 자신감이 과연 생기느냐에 있다. 희망과 자신감은 그같은 말 광고보다는 국민이 체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현돼야 한다.

그런데 그 광고비는 특정 상품의 소비자도 아닌 모든 국민의 혈세인 점에서 일반 상품의 텔레비전 광고비와 또 다르다. 좋은 약이면서 값은 싼 것 처럼, 텔레비전 광고를 안 해도 알아주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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