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천 위를 달리는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개천을 복원한 것은 최근 서울의 역사상 획기적인 일이요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2차대전이 끝나고 우리나라가 해방된 이후 서울은 그런대로 아름다운 도시였으나 6·25전쟁이 일어나고 송두리째 파괴된 도시위에 서울은 병들어가는 아름다운 여인과 같았다. 그러한 한숨 속에서 4·19와 5·16을 거치면서 그래도 경제재건과 새마을운동으로 먹고살기 위한 경제제일주의로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난다는 한국의 기적이 싹트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기능을 중시하고 이윤을 중시하고 말하자면 잘살아보자는 몸부림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청개천고가도로도 그러한 사고와 몸부림의 산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는 차량이 달리는데 편리하고 기능적이면 되는 것이지 아름다움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에 청개천의 복원은 기능적인 면보다도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사고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서울의 도시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유산인 수원성을 건조할 당시의 임금 정조는 아름다움에 몹시 집착을 했다고 한다. 신하가 성은 견고하게 지어져서 적을 막아내는데 역할을 하면 되지 그렇게 아름다울 필요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정조는 아름다운 것이 가장 견고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으로써 아름다운 것은 그냥 외관으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방어를 위해서도 가장 효율적이며 견고하다고 정조는 주장하고 아름다움에 집착했다고 한다. 아름다움과 자연의 모습을 되찾은 청개천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서울의 도시의 기능을 회복시켜주고 병든 서울에 막힌 숨통을 터주었다고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이 힘이요. 아름다운 것이 강하고 기능적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쾌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쾌거가 하나의 공약사업의 실현으로 끝나지 않고 서울의 아름다움의 발견에 시정목표가 더욱 맞춰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최근에 나와 친한 어떤 분이 남이섬에 다녀왔다. 경치가 아름답고 ‘욘사마’의 팬인 일본관광객들도 꽤 많이 와있었다고 한다. 다만 그분이 대단히 걱정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아름다운 경치에 비해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대단히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멀리 경치는 아름답고 산수는 수려해도 바로 서있는 언저리가 지저분하다면 무슨 뜻이 있겠는가? 아름답고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다. 나는 삼년 전에 희랍의 남쪽 섬을 몇 군데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의 해수욕장에 비해서너무나 깨끗하고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 좀 지저분해도 되고 난잡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가난하니까 선진국수준으로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희랍은 우리와 GNP가 같으나 우리보다도 관광수입은 몇 배나 높다는 것이다. 희랍이 관광대국이 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경치가 아름답고 유적이 많아서가 아니다. 국민전체가 자기마을을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섬에 모든 집은 흰색과 코발트블루로 칠을 하고 해변에는 쓰레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집념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해치며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장사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쟁에 대비하는 성도 아름다워야 기능적이며 견고하다면 장사도 관광객의 유치도 아름다워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힘이요 최고의 상술이요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인 것이다.
/김 정 옥 연출가·예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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