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잘 나가다가 제동이 걸렸다. 통일부 장관이 되고나서 방북을 애원하다시피 하더니 아닌게 아니라 평양에 가서 칙사대접을 받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극적으로 만났다. 김 위원장이 정 장관에게 귀엣말까지 했다. 이런 파격적 모습이 김 위원장의 쇼였는지, 밀담이었는 진 몰라도 정 장관의 입장에서는 기세가 올랐다.
통일부는 기고만장 했다. 국정원의 방북 부적정 의견을 무시하고 북의 ‘아리랑 공연’을 관람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을 대거 평양에 보냈다. 예산처가 내년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한 대북 지원금을 그러면 나라빚인 채권을 발행해서라도 대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런 저런 대북 퍼주기를 통일비용으로 쳤지만 변양균 예산처 장관의 설명은 다르다. “독일은 통일비용으로 매년 국내총생산(GDF)의 4~5%가 든다”면서 “한국이 이런 수준으로 통일비용을 지출한다면 매년 40조 원이 들어 국가재정이 거덜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남북협력공사’란 것을 만들자고 제의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유보 형식으로 만류했다. 뭘 하자는 ‘남북협력공사’인 지는 몰라도 그런 공사를 만든다고 남북의 협력관계가 잘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 또한 장관 재임 중 ‘한건주의’의 발상이다.
대통령이 정 장관의 제의를 거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더 검토해보자는 것”이지만 사실상 예산부처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예산 문제도 예산이지만 정동영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북핵 문제의 현안과는 전혀 무관하게 대북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 그 간의 통일부 정책이다.
대북관계의 독주를 견제하는 의미도 있지만 정치적 견제의 뜻도 없지 않아 보인다. 여권내 차기 대권 주자의 한 사람인 그만이 너무 앞서가는 건 유익하지 않은 걸로 여겨진 것 같다. 정동영 통일이 과속한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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