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사운드, 기교와 만났을때
흥겨운 리듬이 화려한 기교를 덧입고 날개를 펼쳤다.
지난 9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립국악단의 제61회 연주회 ‘신시(神市)’가 막이 오른 국립국악원 예악당. 이날 화제는 단연 지난 6월 부임한 김영동 예술감독이 국악단과 정기공연에서 처음으로 손발을 맞춘 점이다.
이준호 전 예술감독의 공석을 어떤 인물이 채울 것이냐 하는 화두 속에서 국악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김 감독에 대한 러브콜은 당시 관심 끌기 충분했다. 그만큼의 기대도 모았다.
이후 5개월여.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김 감독과 도립국악단의 호흡은 많은 변화를 확인시켰다. 대표적으로 이 전 감독 체제에선 단원들간 ‘교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김 감독은 치밀히 계산된 연출과 정교한 어법에 무게를 두는듯 했다.
그 예는 김 감독이 국내성 발굴고를 접한 뒤 작곡했다는 ‘신시’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무대 이외 객석에 연주단원들을 배치, 입체적 음향을 통해 고구려인들의 기상을 웅장하게 형상화시켰다.
이후 전인삼 전남대 교수와의 판소리 협연은 국악단이 앞으로 다양한 시도에 직면하게 될 것을 예고했으며 ‘매굿’이나 ‘하나’ 등은 김 감독이 작곡한 수많은 곡들이 국악단에 녹아들 것임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두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하나는 ‘신시’에서 나온 것으로 객석에 배치된 연주단원들이 객석 중앙 양 벽면 2층에 위치해 뒷자리로 갈수록 입체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즉, 소리의 중심이 관객이 아니라 무대 중앙에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이 돼 의미가 온전하게 전달되진 않았다. 다른 하나는 마지막 곡이었던 ‘하나’를 앵콜곡으로 또 한번 사용해 성의 부족으로 비춰졌다. 계획상에는 ‘하나’ 자체가 앵콜곡이었으나 이미 정규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상태라 그대로 진행시켰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운함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터. 실상 이보다는 그 이전의 문제, 김 감독 부임 후 첫 번째 정기공연을 ‘경기도립국악단’이 왜 하필 서울에서 열었어야 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국악단 모 관계자는 “지역보다는 서울이 객석을 채우는데 더 낳지 않겠냐”고 말했고 국악당 관계자는 “예술감독의 그동안 기반이 서울이었던만큼 아무래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겠냐”고 귀뜸했다.
그러나 공교로운 일이 벌어졌다. 이날 관람하기로 한 손학규 경기지사가 늦게 도착한 것. 도의원 및 수행원들과 입장한 손 지사가 자리를 찾은 뒤에 객석에 맞춰진 조명이 암전됐다. 정시보다 7분여가 지난 시각. 운영상의 오류일 수도 있겠으나 일반 관객들의 시선은 그러하지 못했다.
물론 지역의 예술단체라고 꼭 지역에서만 공연을 열란 법은 없다. 오히려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 적절한 외유는 권장될만 하다. 그러나 도립국악단은 분명 도민의 혈세로 존립되는 단체이며 누구보다 먼저 도민들이 객석을 찾을 권리가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거나 ‘시작이 반’이란 말이 상기되는 대목이다.
곽태헌 경기도국악당 본부장은 이를 두고 “경기도문화의전당 등은 대관 일정이 맞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도내 중심의 일정으로 채워 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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