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파주 ‘갈등’… 노선확정 제자리걸음
고양시와 파주시는 역사적으로 경기북부지역에 위치해 같은 문화권으로 사이좋게 살아왔다. 이들 지역은 고양사람들이 파주로 학교도 다니고, 파주사람들이 고양으로 장보러 다니며 형제같은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살아온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도로 문제로 극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제2자유로 건설에 따른 주민의견과 지자체 의견이 극명하게 달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극단적인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제2자유로 건설사업의 시행사인 대한주택공사는 지난 17일 예정돼 있던 제2자유로 설계자문위원회를 개최하려다 주민들의 여론에 밀려 취소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 제2자유로 건설
제2자유로 건설은 지난 2003년 대한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파주사업단(이하 주공)이 파주시 교하지구, 운정지구 등 5만여 가구가 입주할 대단위 택지를 조성하면서 이에 따른 교통대책으로 마련했다.
당시 주공은 서울시 상암동부터 시작한 이 도로(왕복 6차선)를 고양시 대화IC까지 기존 자유로와 나란히 진행해 오다 대화IC에서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대화지구와 가좌동 가좌지구 방향으로 선회해 파주시 운정지구 방향(1안)으로 오는 2008년 완공을 목표로 계획했다.
이와관련 고양시 대화지구 주민과 가좌지구 주민들은 지난해 8월 대화·가좌지구가 들어서지 않은 상태에서 마련한 이 설계(안)은 고양시 송포 일대의 주거환경과 자연, 생태, 발전에 큰 지장을 주는 안이라며 ‘제2자유로 운정지구 연결도로 대책위원회(이하 고양대책위·위원장 김인)’를 구성해 반발하고 있다.
기존 자유로 노선에 인접하게 장월IC까지 진행한 뒤 김포~관산간도로에 접속해 파주 운정지구 등으로 진입하는 안을 제시했던 고양대책위는 지난 7월께 검토3안(사진 참조)으로 노선을 변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고양대책위는 또 이 도로 설계시 주공이 대화·가좌지구가 없는 상태에서 설계했기 때문에 파주 운정·교하지구의 최단거리로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6월부터 파주 교하, 운정 주민들이 온라인상의 카페에서 검토3안에 대한 부당함 등에 대해 교하·운정택지지구 입주 예정자와 입주자들이 공감하고 ‘제2자유로 조기 개설 대책위(이하 파주대책위·위원장 이기형)’를 구성, 당초 안으로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파주대책위는 경기북부 광역교통망 개선책의 일환으로 설계된 이 도로가 원안대로 시공돼야 경기북부 의 교통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고양대책위에서 주장하는 안은 기존 도로를 2.3㎞ 우회하게 돼 도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며, 곳곳에 병목구간만 생겨 되레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는 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2자유로 제1안을 주장하는 파주대책위와 제3안을 주장하는 고양대책위의 주장이 주민과 지자체간 의견의 차이가 심해 도로 개통에 따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 제3안에 따른 주장
▲고양대책위(찬성): 서울~개성간 광역도로 기능이 우수하고 467만평(개발이익 17조원 예상)의 고양 송포벌판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제1안의 환경파괴문제, 대화·가좌지구 주거환경 파괴 등을 해소할 수 있다.
▲파주대책위(반대): 경기북부 광역도로 계획에 따라 설계된 원안(제1안)과 다른 제3안은 김포~관산도로와 수직적으로 접목돼 기형적 도로가 된다. 이에따라 50~60분 정도의 정체구간들이 발생할 요인이 크다. 기존 농촌마을인 노루뫼마을은 분할되고, 파주 운정·교하지구 진·출입이 순조롭지 못하다.
◇ 제1안에 따른 주장
▲파주대책위(찬성): 파주 운정·교하지구와 최단거리로 설계돼 편리하고 접근성이 용이하다. 경기북부 광역도로로 설계돼 가장 합리적인 노선이다. 고양 대화·가좌지구와 200여m 이격돼 있어 주거환경과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앞으로 개성을 잇는 광역도로의 역할이 가능하다.
▲고양대책위(반대): 파주 운정·교하지구 등 도심 5군데를 관통하기 때문에 광역도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1천205억원의 환경피해액이 발생한다. 파주시와 주공만 주장하는 지역이기주의다.
/고양=김창우기자 kimcw@kgib.co.kr
■김인 운정지구 연결도로 대책위원장(고양)
“한발 양보한 3안… 토론회 통해 의견 주장”
- 제2자유로를 시공하는 대한주택공사의 당초안(1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 안을 계획했던 국토연구원 정일호 박사가 고양 대화·가좌마을 5만여 주민들이 없는 상태에서 기안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송포벌판의 경제적 손실과 주거환경파괴, 환경파괴, 재산손실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
- 그러면 당초 주장했던 자유로 옆(4안)으로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양시로 봤을땐 그 안이 맞았지만 파주와 주공의 입장을 감안해 주공이 대안으로 제시했던 3안을 제시하게 됐다. 이 3안은 자연부락이 훼손되고 118만평의 맹지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양보하게 됐다.
- 그러면 어떻게 하면 교하·운정 신도시 교통정체를 해소할 수 있는지.
▲파주 교하·운정 신도시를 지나는 56번 도로(6차선)와 운정 신도시에서 심학산과 파주출판단지를 경유하는 도로(4차선), 김포 관산고속도로(8차선), 제2외곽 순환고속도로(6차선) 등 모두 24차선 이상으로 자유로에 접근 가능하다. 이처럼 서울~개성간 광역도로를 3안으로 하고 파주 운정·교하 도심을 간선도로로 연결하면 될 것 같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주택공사에서 열릴 설계자문위원회 등 각종 토론회와 집행과정에 참여해 우리의 의견을 주장할 예정이다.
■이기형 조기개설 대책위원장(파주)
“합리적 설계… 집단 이기주의로 무시 안돼”
- 고양대책위가 제시한 제3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건교부와 경기도가 마련했던 경기도 북부 광역도로망에 근거해 가장 합리적으로 설계한 도로(1안)가 집단이기주의로 무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본격적인 입주에 맞춰 2008년에 완공돼야 할 도로가 아직도 착공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에 원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반대하고 있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1안의 노선은 고양 대화마을, 가좌마을과 200여m 가량 떨어져 시공돼 주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 또 운정·교하지구 중앙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교통이 분산되는 장점도 있다. 제3안은 타 도로와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병목구간이 많이 생겨 이로 인해 교통지옥으로 변할게 뻔하다.
- 제3안에 대해서는.
▲제 3안으로 양보하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만약 제3안이 되면 그 도로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다. 오로지 1안만이 경기북부지역의 교통을 해소하는 올바른 방안이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현재 파주지역에는 입주자들이 별로 없고 입주예정자들이 많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기회가 되면 만남을 통해 좀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추진일지
▲2004년 8월6일
- 고양시 주공 공청회 주민에 의해 무산. 제2자유로 운정지구 연결도로 대책위원회(고양) 구성
▲2004년 10월22일
- 고양시의회 만장일치 결의안 채택
▲2005년 2월
- 주공, 운정지구 연결도로(4.9㎞) 건설보류
▲2005년 3월
- 주공, 1안포기와 함께 절충 합의안 제의
▲2005년 5·6월
- 3차례 노선 선정회의 결과 주공 3안 합의
▲2005년 7월 21일
- 주공, 3안관철 포기및 1안 결정 추진
▲2005년 8월
- 제2자유로 조기개설대책위(파주)
▲2005년 10월 26일
- 건교부, 경기도, 파주시, 고양시, 주공 의견 불일치
▲2005년 11월 17일
- 주공, 설계자문위원회 잠정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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