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브로커의 요지경속

H건설이 국방부로부터 수주한 인천국제공항 외곽 경계공사와 관련해 군 장성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있던 K경위(39)가 이를 수사에 나서 수 명의 장성들을 구속해 ‘장군잡는 여경’으로 평판이 났다. 2003년 6월의 일이다.

그런데 이의 배경이 최근에 드러났다. H건설의 비리를 탐지한 Y씨(53)가 장성들의 뇌물수수 정보와 증거물을 K경위에게 준 것이다. 그리고는 Y씨는 H건설을 찾아가 경찰수사를 축소시켜 주겠다며 10억원을 요구해 9억원을 받아냈다. 지금 Y씨는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Y씨의 이상한 행적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2003~2005년 사이에 강원랜드에서 자기앞 수표로 칩을 산 게 자그마치 83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돈세탁을 한 것으로 보고 여러 방면으로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 물론 강원랜드에서 잃은 돈도 있겠지만 어디에 썼는지를 출처와 함께 조사 중이다.

이상한 것은 또 있다. 그를 체포할 당시 압수한 수첩에 내노라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빽빽이 적혀 있는 게 나왔다. 검찰·경찰·정치인 등의 전화번호 등이 적혀있는 이름이 수백명에 이른다. 검찰은 이로 미루어 수사 대상의 기업인이나 지도층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해주겠다며 돈을 울거냈을 것으로 보고 캐고 있다. 1996년에도 변호사법위반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요즘 ‘브로커 사건’으로 불리는 윤모씨의 비리 행각이다. 그런데 아직은 입을 다물고 있는 그의 말이 가관이다. “내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여러 사람이 다친다”는 것이다. 진짜 으름장인 지 허풍인 지는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인생은 연극이다”라고 했던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말이 생각난다. 이 브로커 사건이 또 하나의 게이트로 번질 공산이 없지 않다. ‘장군잡는 여경’을 연출했을만큼 놀라운 이면 거래 솜씨는 가히 태풍의 눈이다.

인생이 연극이라면 참으로 요지경속 같은 연극이란 생각을 갖는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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