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정 폭력은 단순폭력의 정도를 넘어 반인륜적인 흉악범죄에 이르기도 한다. 가족관계마저 끊을 수밖에 없는 한계에 처한 가정이 적지 않지만 사회는 ‘남의집안 일에 왜 사회가 끼어드냐’는 식으로 못본 체 한다. 20여년 간 술 마시고 때리는 남편을 목졸라 살해한 주부가 여러 차례 경찰에 폭력신고를 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한 사례다.

“엄마와 이혼한 아빠가 툭하면 술을 먹고 와 나를 성폭행하겠다고 협박하고 엄마를 성폭행했다”는 ‘모자가정’의 소녀가 있는가 하면, “아버지가 죽을 때 까지 영원히 어느 곳에 감금하고 싶다”는 고교생 아들도 있다. 그러나 “남편이 칼을 들고 죽이니 살리니 하며 폭행을 해 이혼을 열두 번도 생각했지만 아이들 때문에 참고 있다”고 한다.

주부(어머니)의 가정폭력도 그냥 지나칠 수준은 아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처 소생의 아이들을 남편 모르게 폭력을 일삼는가 하면 심지어 교묘한 방법으로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도 술을 마시면 폭언과 폭력을 일 삼아 자살을 생각한다”는 여대생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가정폭력이 늘고 있는 1차적인 원인은 물론 악독한 개개인의 인성(人性) 탓이다. 그러나 법치사회에서 무력한 관련법의 문제도 크다. 1998년 7월 ‘가정폭력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가정폭력은 사적 문제에서 사회적 범죄 영역으로 들어 왔지만 ‘남의 집안 일’로 보는 인식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범좌자에게 피해자가 할 수 있는 1차적 대응수단은 가족 접근금지 신청이다. 그러나 이 조치를 취하기 위해 검사를 통해 법원 결정을 받는 데 까지는 보통 8~9일이 걸린다. 그 사이 ‘순간의 잘못’을 운운하며 용서를 빌면 흐지부지 되지만, 얼마 뒤 폭력이 재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행법은 피해자 접근제한, 친권행사 제한 등 보호기간을 6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가정 폭력 범죄자를 교화시키는 데 6개월은 너무 짧다. 접근금지 및 친권행사 제한 처분을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으나 역시 너무 약하다. 보호기간이 끝나면 보복심리가 발동해 가족에 대해 더 심한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의 심리는 더욱 큰 문제다. 가정,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지구에서 떠나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