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비너스’

오스트리아 빈의 ‘월드 어워드’(World Awards)는 며칠전 올해의 ‘세계여성상’ 성취 부문에 영국의 구족 화가이며 사진작가인 엘리슨 래퍼(40)를 선정했다. 그녀는 두 팔이 없어 ‘살아있는 비너스’로 불린다.

비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와 사랑의 여신이다. 지금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비너스상이 발견된 것은 1920년 4월8일 에게해 어느 작은 섬의 농부에 의해서였다. 농부가 밭갈이를 하다가 나온 비너스상을 그 부근을 지나가던 프랑스 해군 함정의 함장이 알고 입수하여 루이 18세에 헌납한 것이 루브르박물관에 소장하게 됐다.

상반신의 비너스상 높이는 2m로 대리석에 조각된 풍만한 가슴은 관능적 매력이 꽉 찼으나, 불행히도 발견 당시부터 두 팔과 하반신이 떨어져 나가 하반신의 미가 상상속의 화제로 남아 있다. 제작 연대는 BC 100~200년으로 알려졌지만 작가는 미상이다. 루브르박물관은 비너스상의 해외전시는 일절 금지하고 있을만큼 소중하게 보존하고 있다.

선천성 단지증으로 태어날때부터 두 팔이 없는 래퍼는 소녀시절까지 겪은 절망의 세월을 접고, 1994년 브라튼대학 미술학부를 우등으로 졸업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개척했다. 스물두살 때 미혼모로 낳은 아들이 있다. 강철같은 의지와 불꽃같은 예술혼으로 작품활동을 하면서 여권신장을 위한 사회활동에도 앞장서 대영제국국민훈장(MBE)을 받기도 했다.

임신모가 신경계통의 약을 많이 복용하면 태아가 선천성 단지증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의학계의 통설이다. 하지만 그녀가 왜 단지증이 됐는지에 대한 연유는 알려지 지 않았다. 삶의 악조건에서도 맑은 심성으로 예술의 영감과 교감해온 래퍼는 “육체적 정상과 미의 개념이 장애인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상을 설립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트로피를 수여하는 시상대로 가슴팍이 파인 드레스차림에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나오면서도 ‘살아있는 비너스’는 매우 당당하였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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