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아시아 맹주’를 자부하면서 정작 아시아축구연맹(AFC) 무대에서는 변방에 있다는 것은 이상하다. 더구나 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개최한 국가이다. 아시아지역 축구를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라면 당치 않다.
아시아축구연맹은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아 예선의 경기를 조직하고, 심판을 배정하는 등 각국 협회에 대해 유·무형의 힘을 발휘하는 국제기구다. 가능한 한 각 위원회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들어 갈수록 한국축구 발전에 유리하다. 그러나 현재 아시아축구연맹 심판위원회에 2명, 경기위원회에 1명이 겨우 진출했다. 외교력을 발휘하기에는 인원상으로 역부족이다. 대한축구협회장이 아시아 무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관계망을 넓혀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2년 연속 아시아축구연맹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다른 업무가 바빴다 해도 직무수행을 제대로 했다 할 수 없다. 한국이 아시아축구연맹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연유가 될 수 있다.
실례로 지난 11월 3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05 아시아축구연맹 총회 시상식 때 한국 축구는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했다. 올해 국제대회에서 확실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축구 외교력과 위상이 낮은 탓이다. 아시아축구연맹의 든든한 스폰서인 일본이 올해의 국가대표팀, 올해의 여자선수, 올해의 여자국가대표팀, 다이아몬드상 등 4개 부문 상을 휩쓴 것이 그를 입증한다.
가와부치 사부로 일본축구협회 회장이 받은 다이아몬드상은 올해 처음 제정된 특별상이지만, 아시아 축구 무대에서의 일본 입김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동지역도 올해의 클럽팀, 올해의 선수, 올해의 풋살팀을 휩쓸었고, 북한의 최명호도 올해의 청소년 선수로 선정됐다. 한국 축구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한국 축구가 상을 하나도 받지 못한 것은 문제가 적지 않다.
알려지기로 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은 말레이시아인 출신으로 오랫 동안 연맹을 좌지우지해 왔으며 일본쪽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지역에서 따돌림 당하면서 월드컵경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정몽준 회장은 물론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 축구 외교에도 관심을 갖기 바란다. 지나친 자만은 거만(倨慢)으로 보일 수가 있다./임병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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