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犬) 학대

우리의 선조들은 주둥이가 뾰족하여 사냥을 잘 하는 사냥개를 전견(田犬), 주둥이가 짧고 잘 짖어서 집을 지키는 개를 폐견(吠犬), 살이 많아 잡아먹기에 알맞은 개를 식견(食犬)으로 불렀다. 개는 주로 수렵·목양·경주·수색·애완 등을 목적으로 길렀지만, 에스키모인·아메리카 인디언·아시아의 동북 및 시베리아 북부지방 등에서는 썰매를 끄는 데, 티베트에서는 짐을 실어 나르는 데 개를 많이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개가죽으로 장구를 만들었고 꼬리로는 비를, 털가죽으로는 방한용 외투와 모자 등을 만들었다.

개는 이렇게 사람에게 순응하고 이용 당하는 동물로 인식돼 왔는데 요즘은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 졌고 심지어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 개에 물려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개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사전지식 없이 맹견 또는 맹견 잡종을 사육하기 때문이라고 동물학자들은 말한다.

개를 학대하는 것이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주된 이유라는 분석도 나왔다. 어린 아이가 집에서 기르던 개에 물려 죽은 경우, 가족이 집을 비우는 바람에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했고, 이같은 관리 부실(학대)이 주인을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식용으로 팔기 위해 개를 열악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도 사고를 부추긴다고 한다. 식용견들은 대부분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철창에 가둬 사육하는 데 이는 개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 줘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밥을 제때 주지 않거나 자주 때리는 일상적 학대도 개를 공격형으로 만든다고 한다.

버려진 개도 잠재적인 위협이다. 우리나라의 애완견이 300만마리로 알려졌는데 이 중 버려진 개가 5만여 마리나 된다. 애완견 붐이 일면서 개를 기르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으나 사육 요령도 모르는 채 무턱대고 기르는 것도 문제점이다. 특히 버려진 개는 자칫 광견병 등 치명적인 동물 전염병의 인체 감염이 우려된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애완견을 만질 때 갑자기 공격하는 건 어린이가 폭력을 가하는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개를 학대하지 말라’는 논리다. 사람이 견권(犬權)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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