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만리장성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 일부인 멕시코 국경 139㎞에는 높이가 약 3m인 담장이 세워져 있다. 멕시코인의 밀입국을 막기 위해서다. 이 담장을 넘다가 떨어져 숨지는 수가 연간 수백명인 데도 멕시코인의 담장 넘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이다.

이래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 3천200㎞ 중 험준한 산골 등을 제외한 1천130㎞에 높이 3m의 이중장벽을 설치키로 했다. 이에 드는 소요 예산이 우리 돈으로 2조2천억원이다.

미국 하원이 근래 이같은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겼다. 이러자 멕시코 정부는 ‘치욕스런 인종차별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 때아닌 국경분쟁 양상이 됐다.

그러나 멕시코 체류인 1천만명 가운데 약 절반이 불법 체류자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것 같다. 미국에 있는 멕시코 사람들이 벌어 본국에 부치는 돈이 연간 16조9천억원이라니 상당한 외화 벌이다.

장벽을 말하다 보니 베를린장벽이 생각난다. 1961년 8월 동독이 서독으로의 탈출을 막기위해 베를린 시가지 동·서독 경계에 쌓은 것이 베를린 장벽이다. 그러나 베를린장벽은 동독 사람들의 연이은 집단탈출 행로로 결국 30여년 만에 무너졌다.

남북간엔 155마일의 휴전선 철책이 설치돼 있다. 아마 휴전선에 군사대치 없이 그냥 철책만 있다면 베를린장벽처럼 무너졌을 지 모른다.

중국의 진시황은 북방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위해 만리장성을 쌓았다. 하북성 산해관에서 감숙성 가욕관에 이르는 만리장성은 자그마치 2천400㎞다.

원래 춘추전국시대에 연·제·조·위나라가 일부 쌓은 것을 진시황이 크게 증축했고 뒤에 명나라가 보수했다. 그러나 중국의 중원은 흉노족으로부터 늘 시달림을 받았다.

미국이 멕시코 국경에 쌓기로 하는 장벽은 미국판 만리장성이다. 단, 길이가 만리장성에 비해 약 절반 정도이므로 ‘반만리장성’인 셈이다. 2천200여년 전의 장성 같은 장벽이 이 시대에 등장한다는 사실이 연유가 어떻든 흥미롭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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