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노동

양말공장을 하던 중소기업인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겼다. 그의 말로는 “노조 등쌀에 국내 가동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도 사정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그 사정이란 게 중국 사람들 때문이 아니다. 물론 중국의 투자 매력도가 많이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을 나쁘게 길들이는 것이 바로 한국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같은 한국 기업인끼리 상대를 모함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가령 양말을 어떤 업체에 납품하게 되면 같은 한국의 중국 진출 양말공장 기업인이 여러가지로 헐뜯어 납품을 방해하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다 같이 이국땅에 나가 고생하면서 서로 도와야 할 처지에 돕지는 않을 지언정 모함을 일삼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해외에 나간 기업 중 95%가 국내로 돌아올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진출 기업은 중국이 단연 1위를 차지한다. 모두 206개로 해외진출 기업의 67.5%에 이른다. 법률관계 등 제도적 환경, 인건비 및 인력 확보가 유리한 점이 비록 전 같진 않지만 중국 투자의 매력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해외로 나간 우리의 기업이 돌아오기를 싫어하는 것은 근래 본국 이전의 경향이 두드러져 가고 있는 일본의 해외진출 기업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우리의 해외진출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서 꼽는 것으로는 딱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각종 기업규제의 해소다. 그리고 또 하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말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또 오래됐다. 이런데도 기업을 거미줄처럼 얽어매어 기회만 닿으면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려고 든다.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은 그만큼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가 중엔 노동운동을 팔아 호사하는 ‘귀족’들이 많아 참 노동운동을 어렵게 만든다. 그 양말공장 기업인은 이렇게 말했다. “같은 한국 기업인의 모함을 받고는 있지만 억지 부리는 노조가 없어 그래도 낫다고…” 자본이 없으면 노동도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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