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해석과 정치적 카타르시스 '만끽'
영화 ‘왕의 남자’는 관람객에게 다양한 해석과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영화는 6백만 관객을 돌파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영화관에서 ‘왕의 남자’를 보고 나올 때, 주변의 관객들로부터 “이 영화는 어딘가 다르다,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왕의 남자’의 어떤 점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가?
이 영화는 관객이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왕의 남자’는 각기 다른 감정이입이 가능한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연산군, 장생, 공길, 녹수 그리고 이들의 관계에서 파생된 이야기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과 시선이 가능하다. 어떤 이는 ‘왕의 남자’에서 모성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연산군을 폭군으로 만들었다는 ‘모성정치’ 혹은 ‘모성경영’의 의미를 읽어내기도 한다.
즉 영화를 통해서 포용과 인정 그리고 섬세한 감수성이 경영과 정치의 핵심적 키워드임을 읽어내는 것이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왕의 남자’를 봄으로써 이 영화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왕의 남자’가 역사적 사실을 단순한 전통 복고적 차원에서 재현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록 전통에 어느 정도 기대고 있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삶에서 부딪히는 경제, 계급, 섹슈얼리티(동성애)의 문제를 해독할 수 있는 코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풍자와 해학의 주체인 광대와 관객은 하나가 되어 대리만족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정치권력의 허무감, 경제적 차이에서 오는 계급갈등, 그리고 동성애 등을 비교적 명료하게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시대의 영웅이나 최고 권력자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의 사극과는 달리 다시 태어나도 광대가 되고 싶다는 신명난 광대들의 시각으로 영화를 그려내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정치적 카타르시스, 예술적 에로티시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점은 우리 문화의 원형적 유산(리소스)을 어떠한 방식으로 문화산업화 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이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즉 아시아의 문화는 교류와 집적의 과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의 문화원형을 전통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재구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역사적 사건과 이야기들을 설명하는 사극영화를 벗어나, 현대적 감수성으로 풀어내는 미학적 기술과 작가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우리의 역사적 문화유산들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작업과 문화콘텐츠화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여기에 영상미학, 퓨전음악, 캐릭터, 인문학적 상상력 등을 가미하여 창조산업을 만들어가야 한다. 즉 영화 ‘왕의 남자’는 오늘의 문화산업이 나아가야 할 창조적 재현양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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