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의 ‘카드깡’

안산시의 수억원대 카드깡 의혹 사건은 정말 희한한 사건이다. 카드깡은 개인신용에서만 있는 줄 알았던 사회적 상식이 무너졌다. 공공단체가 법인카드로 카드깡을 했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진문이다.

주로 유흥음식점 등을 이용해 카드깡을 했다고 보는 것이 경찰 수사의 초점이다. 개인신용에서도 이같은 카드깡을 하려면 많은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우선 카드깡 금액에 대한 세금이 추가되므로 이를 보전해줘야 하는데 보전금액이 적잖다. 여기에 또 이자가 붙는다. 이래 저래 떼는 돈이 수월치 않다. 수억대를 카드깡 했으면 아마 수천만원이 이렇게 떼었을 것이다.

개인신용에선 빚을 낼 겨를이 없을 만큼 다급할 때 카드깡을 하는 이들이 있다. 명색이 예산을 집행하는 자치단체가 어떤 일로 얼마나 화급한 사정이 있어서 카드깡을 했는지 그 연유를 알 수 없다. 각 실·과마다 과비(課費)란 것을 두고 쓰던 시절에 돈이 떨어지면 다음 추경에서 갚을 요량으로 사채를 쓰는 것은 보았지만 카드깡을 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카드깡 혐의가 수억원대면 개인의 범행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구조적 비리라면 이같은 비자금 조성이 왜 필요했는 지가 규명돼야 할 과제다. 불법적인 카드깡을 일삼아가며 비자금을 만들어야 했던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초 안산지역 유흥업소의 카드깡을 수사하다가 안산시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의 단서를 잡았다니, 경찰도 처음엔 적잖이 놀랐을 것 같다. 이 때문에 경찰이 시청을 수색에 나서 회계 장부 등 관련 서류를 압수당한 것은 자치단체의 체면이 아니다.

그나 저나, 카드깡을 한 수억원대의 원리금(元利金)이 시 예산으로 지출됐을 것이고 보면, 시민이 시청의 카드깡 수수료며 이자까지 세금으로 물어준 셈이 된다.

공무원의 비리를 여러가지로 많이 보아 왔지만, 희한한 법인카드 카드깡 의혹 사건은 듣기에도 민망하고 답답하다. 카드깡 의혹이 비단 안산시에만 국한하는 일 인지도 잘 알 수 없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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