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고건, 한나라당 가는가?

제 17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12월19일이다. 건국 이후 59년 동안에 적잖은 선수(選數)의 대(代)를 맞이한다. 이 가운덴 직선이 아닌 국회의 간선, 심지어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니 대통령선거인단의 선거니 하는 변칙이 있었지만, 어쨌든 상당한 역대 대통령의 대를 쌓았다.

앞으로 21개월 남짓 남았다. 차기 후보의 윤곽이 잡히기엔 무척 이르다. 또 그간의 우여곡절, 즉 정계 재편의 변수나 이변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대세론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별로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적어도 10년은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3주년 워크숍에서 당시 정세균 당 의장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수구 우파가 다음에 집권한다면 역사의 후퇴이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재집권 의욕에 비해선 차기의 수면위 부상이 조용하다. 노 대통령의 레임덕 방지를 위해 조기 가시화를 피하는 탓도 있지만, 복잡한 속내가 없지않아 보인다. 오는 18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의장 자릴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정동영, 김근태 두 전 장관은 일찌감치 당내 차기 후보로 분류되고는 있다. 하지만 관측통은 누가 당 의장이 되든 의장 자리가 차기 공천이 보장되는 것으로 보는 전망엔 회의적이다.

열린우리당에 비해 차기론이 활발한 것은 한나라당이다. 박근혜 대표, 손학규 경기도지사, 이명박 서울시장 등 ‘빅3’가 형성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확인된 고건 전 총리의 영입 추진은 쇼킹하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고 전 총리는 여러 경로의 여론조사 때마다 차기 물망의 수위에 올랐다. 그의 향방은 차기 선거와 관련,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러한 그가 한나라당에 간다면 당권이 아닌 대권을 위한 것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궁금한 것은 ‘빅3’의 일원인 박 대표의 입장 변화다. 박 대표 스스로가 ‘빅3’의 위치를 내놨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이렇게 전해졌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더 한 것도 내놓을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만이 나라의 정체성을 살리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으로 확신한다는 것이다. 자신부터의 기득권 포기로 신앙화한 정권교체의 결연한 의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고건 전 총리의 영입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덴 몇 가지 과정이 남아있어 예측을 단정키는 어렵다.

그러나 이만으로도 시사하는 의미는 있다. 박 대표의 한나라당 대선후보 외부 영입 시도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우선 당의 개방화다. 비록 야당일 지라도 제1야당인 점에 자족하여 안주하고자 한다면 당의 폐쇄성을 이어가도 괜찮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다르다. 중앙, 지방 할 것 없이 당의 문호를 크게 개방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의 객관적 판단이다. 대선 후보의 외부 물색은 그같은 중앙 영입의 정점으로 보아 주목된다. 그리고 사정은 지방도 다르지 않다. 같은 지역사회에서 둥지를 먼저 튼 옹졸한 폐쇄감으로 개방을 거부해서는 먼저 튼 둥지마저 언젠간 잃을 수가 있다. 당장은 하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당당한 직책이 있고, 또 있을 사람들이 지방선거 영입에 토를 다는 것은 공당다운 조직의 면모가 아니다. 인재 영입은 비단 한나라당만이 아닌, 열린우리당 역시 부하받고 있는 절실한 경쟁적 과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정권교체 열망은 소신공양(燒身供養)의 결의에도 솔직히 전망이 어려워 보인다. 일차적 난관은 외부영입의 소화다. 당내 후유증을 잘 극복해낼 수 있을것인 지가 의문이다. 또 잘 극복해내도 더 큰 문제점이 있다. 보수정당의 난립이 있어서는 너도 나도 안 된다. 범야권 아니면 적어도 보수정당만이라도 단일화가 되어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진보세력의 난립도 예상은 된다. 그러나 진보세력의 난립에 의한 열린우리당 득표 잠식보다는, 보수정당 난립에 의한 한나라당 득표 잠식이 비교가 안 될만큼 더 치명적이다. 단일화 없이는 당내 ‘빅3’이든 고건 전 총리든, 그 누가 후보가 되든 간에 정권교체는 난망하다.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은 당의 개방화, 당의 융합화, 그리고 야권 단일화를 위한 정치적 포용력과 지도력 표출에 얼마나 강한 의지력을 보이는 가에 따라 비례한다 할 것이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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