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가 듣는 말 중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택지개발시 토지를 헐값에 사서 개발 후 비싸게 파는 ‘땅장사’ 기관이라는 것이다. 이는 토지공사가 하는 일이나 택지공급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 신도시나 택지개발과 같은 공공개발사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질적인 측면이 아닌 단순한 겉모습에서 접근되고 있는 탓도 있다고 본다.
택지개발사업의 요체는 한마디로 공인된 대규모 용도지역 변경이다. 황량한 벌판의 논밭이 첨단 기반시설과 각종 편익시설을 갖춘 도시로 용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시골에 조그만 도로만 하나 놓여도 인근 논밭가격이 뛰고, 논밭의 지목이 대지로 바뀌어도 땅값이 크게 상승하는 마당에 전체용도가 주거·상업·업무지역 등 첨단도시로 바뀔 경우, 땅값 변화와 그에 따른 개발이익 발생 가능성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프랑스에 ‘마른라발레’라는 신도시가 있다. 파리 동부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프랑스 정부에서 신도시개발공사라는 공공기관을 통해 만든 신도시로서 약 4천500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녹지지역을 4개 구역으로 나누어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프랑스의 도시개발방식도 우리의 택지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땅을 수용해서 개발하는 식인데, 마른라발레 개발시 토지 보상단가와 개발후 단독주택지 공급가격이 1백~2백배 차이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 택지개발시 보상가와 공급가 차이가 우리의 그것과 비교해서 훨씬 더 큰 이유는 프랑스는 제도적으로 토지수용시 한 해 전 공시지가로 보상토록 되어 있는 탓 때문이지만, 이 나라에서 택지개발을 둘러싼 주된 사회적 논의는 땅장사가 아니라 개발이익을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투명하게 환수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제대로 쓰여지느냐에 있다.
국토·토지는 국가의 기본적인 자원이며, 도시는 국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에 대표적인 ‘공공재’의 하나이다. 그래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좋은 도시를 만들고 가꾸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대규모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 개발이익이 발생하고, 더군다나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면서까지 택지나 도시를 개발하는 일은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부문에 맡길 수 없기에 공영개발을 통해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막고 국토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럴진대, 택지개발이나 토지공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초점이 보상가와 공급가의 단순차이를 비교해서 땅장사냐 아니냐에 머물러 있는 것은 비생산적인 소모성 논쟁에 그칠 우려가 있다. 토지공사에서 택지개발시 전체면적의 절반이상을 도로, 공원, 도서관 등으로 만들어 지역사회에 무상으로 주고 또 임대주택지 등은 원가의 60%로 싸게 공급해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이익은 전부 국고로 들어가 국민복지 향상이나 지역균형발전 재원으로 쓰여지고 있다고 설명해도 좀처럼 알아 주지 않는 이유가 이처럼 우리 사회가 단순한 땅장사 공방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된다.
이제 택지개발을 둘러싼 초점은 개발이익을 어떻게 하면 질 좋은 땅을 보다 더 싸게 공급하는데 쓰이도록 하고, 또 골고루 잘사는 국토를 만드는데 환원되도록 하느냐를 고민하고 제도개선하는 데 맞추어져야 한다. 최근의 택지조성원가 공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도 이처럼 개발이익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환원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현 도 관
토지공사 공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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