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적십자회비 모금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부터 전쟁고아와 전상자들의 구호를 위해 시작됐다. 초기에는 지방행정기관에서 회비 모금 업무를 대신 수행했으나 1991년부터는 통·반장이 자원봉사차원에서 회비 모금위원으로 위촉돼 모금에 협조했고, 2000년부터 현재의 지로 자진 납부제로 바뀌었다.
적십자회비는 고액을 내는 소수의 회원보다는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적십자 정신을 널리 전파해 인류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적십자회비는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절차나 조건 없이 긴급하게 전해져 고통을 덜어준다. 뿐만 아니라 재해 이재민과 일반 저소득층 구호, 독거노인, 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 배달, 지역주민을 위한 보건 안전,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 장의차 운행, 행려자 구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이는 소중한 성금이다.
그런데 매년 1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를 납부기간으로 정한 적십자회비 모금 실적이 근래 극히 저조하다고 한다. 올해 모금목표액을 259억여 원으로 정한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십자사는 각종 구호 봉사활동 비용 대부분을 적십자회비에 의존하고 있어 국민들의 협조가 없이는 존립자체가 어렵다. 적십자회비 모금이 저조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적십자사를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정부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다 특히 적십자회비가 북한에 식량·비료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비료 지원, 이산가족 교환 방문 등에 관한 예산은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는 것이지 적십자회비를 쓰는 것은 아니다.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며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나눔의 사랑’이 절실히 기다려지는데 마침 가평군 전체 공무원 551명과 의정부시 신곡2동 드림밸리 아파트 주민 900가구가 적십자회비를 완납했다는 소식(본보 22일자 4면 보도)은 무척 반갑다. 적십자회비 납부는 더불어 살아가는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의무’다. 여유가 있어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눌 때 여유가 생긴다. 오는 28일 마감하는 적십자회비 모금에 모두 동참하자.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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