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론(總理論)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겨울 점퍼가 인민들의 화제가 된 것 같다. 정치국 후보위원이던 1995년 겨울부터, 그러니까 11년 째 된 허름한 점퍼를 아직도 입고 있는 사실이 그의 민생탐방 사진으로 한 네티즌에 의해 확인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것이다. ‘주름지고 해진 녹색 점퍼를 입은 보통노인 같은 총리…’라며, 중국 인민들로부터 최고의 총리로 숭앙받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버금가는 존경을 받는 것 같다.

고관대작이 검소한 생활을 하는 사례로 고전(十八史略)에 나오는 ‘안영호구’(晏?狐?)라는 고사가 생각난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이던 안영은 호구를 30년동안 입어 ‘일호구 삼십년’이란 말이 생겼다. 호구는 여우 겨드랑이 밑에 있는 하얀 털가죽으로 안을 댄 갖옷이다. 귀중한 옷이긴 해도 무려 30년이나 입은 건 여간 검소한 품성이 아니고는 어려운 노릇이다.

조선의 명재상 황희(黃喜) 또한 청백리다. 세종조 때 영상(총리) 자리에 있으면서 하루는 밤에 갑자기 왕의 부름을 받아 덜 마른 빨래 옷의 단벌 관복을 입고 입궁한 일화가 있을 정도다. 세종의 선왕인 태종조부터 사사(仕事)한 그는 양녕대군의 폐세자를 극력 반대하다가 귀양을 가는 등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중국 고전의 안영을 방불케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 대한 인민들의 존경은 대단하다. ‘나도 모르게 감동적인 눈물을 흘린다. 우리가 이런 총리를 가지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 조국과 인민에게 희망이 있다’며 극찬하고 있다. 고인인 중국 최고의 총리 저우언라이는 유산으로 남긴 게 약 60만원인 5천위안에 불과했다.

우리의 이해찬 총리는 땅 투자로 수억대의 시세 차익을 보고 있으면서도 “난 투기는 안 한다”고 강변한다. 중국의 인민들처럼 우리 국민은 행복한 총리를 갖고 있다고 여길 것인 지, 조국과 국민에게 희망이 있는 것으로 믿는 총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할 것인 지가 궁금하다.

중국엔 안영의 후예들이 있는데, 우리에겐 황희의 후예가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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