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 기념회가 러시를 이룬다. 다가오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얼굴을 알리거나 세를 과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또는 기금 마련을 위해 출판 기념회를 많이 한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출판기념회 초대장에 난감할 때가 많다. 어디는 가고 어디는 안가면 괜히 오해받기 십상인데 이런 저런 일정을 챙기다 보면 다 찾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제는 시·도의원도 유급화가 된다고 하니 지방선거에 출마를 하려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 같다. 시·도의원 유급화의 취지가 가급적 각 방면의 전문 인력들을 충원하여 지방정부의 살림과 정책을 올바로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것인데, 과연 그렇게 될 지는 각 당의 공천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유급화를 하면서 기초의원 까지도 정당 공천을 해 버리니 아직까지 정치 문화가 썩 발전되지 않은 우리 환경에서 얼마나 참신한 전문 인력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을 지는 참으로 의문이기 때문이다.
전국 정당이 부재하고 지역별 편차가 심한 우리의 정치 풍토 속에서 지방자치선거 마저도 정당정치에 편입시킨 처사는 다음 번 선거부터는 분명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의 참신성이나 전문성 여부를 떠나 정당 선호도에 따른 표 쏠림 현상이 불을 보듯 뻔하게 일터이고 이는 중앙 정당정치에 지방자치가 예속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또 지역에서 쌓은 기반이나 노력 없이 잘 나가는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인연에 의해 공천을 받는 경우도 있을 터이니 이러한 경우는 더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방의원들은 평소 지역주민들로부터 신망 받고 검증받은 사람들이 진출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도덕성이나 전문성 그리고 참신성 등에 대해 어느 정도는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들이 생략된 채 중앙 정치인들에게 줄을 잘 서야만 하는 오늘날의 세태는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다.
어떤 비구가 병에 걸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똥과 오줌을 싸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었다.
“너를 돌보아 주는 사람은 어디 있느냐?”
“이렇게 앓고 있어도 아무도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네가 병들기 전에 다른 사람을 문병한 일이 있느냐?”
“그런 일이 없었나이다.”
“네가 지은 공덕이 없구나. 다른 사람의 병을 문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는 지금 두려워하고 걱정하지 말라. 내가 친히 공양하여 불편함이 없게 해주리라.”
원래 이 말씀은 아함경의 가르침으로 대중들이 병들고 힘든 사람을 서로 돌보고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 더 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남을 위해 지은 공덕이 없는 사람이 남을 대표하여 나서려함을 경계하려 함이다.
지역 주민들을 위하여 그동안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사람이 유급화를 계기로 중앙 정치에 기대어 주민들을 대표하고자 한다면 그 폐단이 자못 심각할 것이다. 때문에 1차적으로는 각 정당의 공천과정이 얼마나 공정했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만약 각 정당들의 공천이 지역 주민들의 대표성을 무시했다면 나머지 옥석을 가리는 일은 이제 모두 지역 주민들의 몫이 된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은 이번 지방 선거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부천 석왕사 주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