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정부 위원회

참여정부 출범 전인 2002년말 364개였던 정부 위원회가 지난해말 현재 381개로 17개 늘었다. 이 가운데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2002년말 18개에서 지난해말 25개로 참여정부 들어 38.8%가 늘었다.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 역시 34개에서 47개로 38.2% 증가했다.

위원회는 법률이나 대통령령 등에 의해 설립되는데 행정기관 성격을 띤 행정위원회는 중앙인사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39개, 자문위원회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정책평가위원회 등 342개다.

참여정부는 효율성 있는 정부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역대 정권 중 가장 위원회가 많고 공무원 수도 과거 정권보다 늘어나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유명무실하거나 기능이 비슷한 위원회가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더구나 381개 정부 위원회 중 32개는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으며 이 가운데 10개는 지난해 10억원의 예산을 배정 받아 국민 혈세를 원칙없이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자치부 산하의 문서감축위원회는 아예 위원회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국무조정실과 총리실 직속 위원회 상당수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규제개혁위원회를 제외한 48개 위원회가 처음 구성된 후 지금까지 진행한 회의건수는 총 501건이며 이 중 서면으로 회의를 대체한 건수가 40%에 달한다. 규개위를 포함하면 서면 회의건수는 약 27%다.

2000년 구성된 국가표준심의위원회를 비롯, 일부 위원회는 설립연도에 단 한 차례 회의를 연 뒤 지금까지 회의실적이 전혀 없으며 전체 위원회 중 20% 가량은 지난해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및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423억원이 늘었다.

행정자치부가 올 상반기 중 설치목적을 달성했거나 운영실적이 저조한 25개 위원회를 폐지하는 등 40개 위원회를 통폐합하고 26개 위원회는 위원 직급을 하향조정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인데 문제는 실천이다. 참여정부 들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정부 산하 위원회를 대수술하는 것은 국가재정 지출을 줄이는 일이다. 빠를 수록 좋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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