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지쳐 울어 본 적 있는가’…‘방과 후 옥상’ 시사회

‘웃다 지쳐 울어본 적이 있는가’

2일 서울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방과 후 옥상’의 시사회에서 벌어진 현상이다. 보통 기자 시사회장에서는 웬만하게 웃긴 영화 아니고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시사회장에는 웃음 소리가 시종 끊이지 않았으며 때때로 곳곳에서 박장대소가 터졌다.

주인공 남궁달 역을 맡은 봉태규도 시사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기자시사회는 보통 분위기가 냉소적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많이 긴장한다. 그런데 오늘 정말 많이 웃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숙여 인사했다.

사실 ‘웃다 지쳐 울어본 적 있는가’는 한국 코미디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며 흥행가두를 달리고 있는 영화 ‘투사부일체’의 홍보 문구. ‘방과 후 옥상’이 ‘투사부일체’를 능가하며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지는 미지수지만, 시사회장에서 터진 웃음의 횟수와 흥행이 비례한다면 ‘투사부일체’를 누르고도 남을 정도로 영화는 재미있다.

이석훈 감독은 어떤 코미디 영화를 추구했는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재미있으면서도 색다른 부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환상신도 넣었고 컴퓨터 그래픽도 재미있게 사용하려 했다. 깔끔하고 단정한 영화보다는 거칠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관객을 상대로 다양한 장난을 치고 싶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며, 주인공들의 마음을 코믹하게 대변하는 장치로 컴퓨터 그래픽이 적절히 쓰이고 있다.

코디미 연기로 유명한 스타가 별로 출연하지 않는 ‘방과 후 옥상’이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핵심은 주·조연 가릴 것 없이 각자의 캐릭터를 십분 소화해 표정,말투,의상,소품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웃기는 것. 주연급 몇 명의 캐릭터도,명확하지 않은 코미디 영화도 많은 것과 비교할 때 커다란 장점이다.

주인공 혼자 동분서주하며 웃길 필요 없이 작은 역할을 맡은 배우까지도 자신만의 억양과 표정,스타일을 가지고 웃겨주는데다 그들 모두가 뜨거운 열정을 지닌 신인이어서 자신이 카메라에 잡히든 잡히지 않든 온몸을 던지니 감독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상황이다.

이 감독은 “나름대로 코믹적 요소를 심어 놓은 ‘지점’이 스크린에 등장하기 20초 전부터 관객들이 과연 웃을까 조마조마했다. 웃으면 감사했고 웃지 않으면 절망했다”며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만든 웃음임을 내비쳤다.

‘방과 후 옥상’은 우연히 학교 ‘짱’을 건드린 ‘왕따 출신’ 남궁달이 방과 후 옥상에 끌려갔으나 맞지 않기 위해 도망다니는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다. ‘왕따’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코미디 영화의 본분을 잊지 않으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999년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2001년 ‘순간접착제’로 국내는 물론 전세계 단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이석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방과 후 옥상’. 실험 정신과 신인들의 열정 바탕으로 한 신선함을 무기로 오는 16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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