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가 주인공인 영화가 몇 년째 히트를 치고 있어서인지 국내 연기자 가운데는 '조폭 연기의 달인'이 꽤 많다. '넘버3'의 송강호나 '친구'의 유오성 등 주연급 뿐 아니라 '잠복근무'의 오광록이나 '마파도'의 유해진 등 조연들도 인상적인 깡패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살벌한 눈빛과 욕설이 난무하는 대사를 던지는데 왠만해선 웃지도 않는다. 정말로 '조폭'들은 하루종일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탤런트 이재룡은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룡은 지난 1일 방송을 시작한 KBS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 '깡'으로 뒷골목을 평정한 건달 호철 역을 맡았다. '종합병원','상도','불멸의 이순신'에 출연하며 정직하고 착한 모습만 보여왔던 그로서는 의외의 변신.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깡패 연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깡패라고 하루 24시간 인상만 쓰고 있지는 않겠죠. 예쁜 여자친구를 만나면 마냥 즐겁게 웃을테고…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조금은 밋밋할 수도 있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을 그릴 겁니다." 깡패 연기가 처음이라는 그. 이번 캐릭터를 위해 8㎏을 감량하고 하루 4시간씩 걸려 온몸에 문신을 그려넣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래도 화면에는 착한 이미지가 남아 있다.
그가 맡은 호철은 겁이 많은 깡패.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겁이 많았지만 깡패가 아니면 살아갈 길이 없었다는 설정이다. "남들이 자신을 무서워하도록 만들려고 문신을 새긴 인물입니다. 아직도 내면에는 두려움이 있죠." 그의 캐릭터 분석은 왜 자신이 캐스팅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는 말처럼 들렸다.
이재룡은 "이제 삼촌이나 아버지 역할이 어울리는 나이가 됐다"고 인정한다. "배우로 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하는 그는 시청률에 대해서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MBC에서 '허준'이 한창 인기가 있을 때 KBS '바보같은 사랑'에 출연했는데 시청률 1.7%까지 기록한 적이 있었다"면서 "방송이 끝날 때 나오는 애국가보다 시청률이 낮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보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작품으로 인기를 올려서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뭘 할지 정해 놓지도 않죠. 좋은 드라마에 좋은 역할이면 만족합니다." 영화계 진출에 대한 질문에 "제가 나와서 흥행이 되겠습니까"하고 되묻는 그는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연기자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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