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아시아 최하위에 머물렀다는 소식을 접하고 국내 경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게 됐다.
10년전 일본 기업들이 대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화 등 일본 불황 탈출을 위해 정신없이 대처하던 상황이 불현듯 떠오른다. 일본 대기업도 매출감소 등 적자를 모면하기 위해 일본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하던 평생고용, 중소기업과의 돈독한 관계 등을 깨고 오직 살아남기 위한 경영전략을 펼친 적이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며 그 당시를 회고하면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단순하게 해외 공장이전 등을 실시하여 일본 내 중소기업 및 기술력 약화를 가지고 오면서 한국 등의 기술력이 바짝 쫓아오도록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현재는 해외 공장을 정리하고 일본 국내에서 생산하면서 국내 경기가 살아 나고 있으며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던 부가가치 없는 제품 생산은 과감하게 줄이고 일본 국내에서 생산해도 부가가치가 있는 제품은 생산해 새롭게 변신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이같은 결과는 3가지 제품이 기여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세계적으로 가격 및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TV(플라즈마, LCD, 프로젝션TV), 디지털카메라, DVD 플레이어이다.
이러한 제품들이 국내의 디지털 제품과 비교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내 디지털 제품의 국내 경제에 미치는 3가지 제품은 반도체, LCD, 휴대폰일 것이다.
이같은 국내의 대표적인 3개 제품은 관련 중소기업 및 고용에서 일본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해 경제 성장 및 신규 고용창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문제는 국가 산업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밝히고 있다. 정부의 신 성장동력 산업에서 매출액 위주보다 관련 중소기업의 규모 및 신규 고용도 점검해 신중하게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 정부도 중앙정부의 신성장동력 산업의 틀에서만 정책을 볼 것이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의 육성 및 신규고용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정부의 신성장동력 산업 등 차세대 산업 육성에 아직까지 비중을 두고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경제의 핵심은 전문 중소기업과 전문기술인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나 정부 및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부분이 아님도 확실하다. 역시 기업 간의 상생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기업에서도 요즘 관련 중소기업과 상생을 하기 위해 상당히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삼성의 경우는 지난해와 눈에 띄게 달라져 관련 중소기업이 안도의 숨을 쉬고 있으나 언제까지 지속될지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도 납품가의 15%를 일률적으로 내리는 조치는 하지 않고 있어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으나 매년 반복되는 노사분규 등을 생각하면 중소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 자동차는 가격경쟁력을 위해 본사 자체에서 설계변경, VE, 인건비 최소화 등 충분하게 노력을 경주한 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적자에 한해 중소기업과 협의에 의해 가능한 만큼만 납품가를 조절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도 이러한 자체의 뼈를 깎는 노력 후 중소기업과의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 동 훈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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