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이 못다전한 '웃음10계명', "꿈과 웃음은 한집에 산다"

시사코미디의 대부로 불리던 코미디언 김형곤씨가 사망 하루전인 지난 10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세상에 웃는 것만큼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제목의 글에서 남긴 웃음철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번에는 그가 미니홈피에서 연재했던 ‘웃음 10계명’,그중에서도 세상에 알리지 못한 10번째 10계명, ‘꿈을 이뤘을 때를 상상하며 웃어라’가 김씨의 죽음을 더 애닳게 하고 있다.

김씨는 2005년 4월부터 6월까지 자신의 미니홈피 사진첩에 ‘웃음 10계명’을 소개했다.이 ‘웃음 10계명’은 한국웃음연구소가 지난 1993년, 웃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문구들이다.

첫번째 10계명은 ‘크게 웃어라’다. 김씨는 “크게 웃는 웃음은 최고의 운동법이며 매일 1분동안 웃으면 8일 더 오래 산다.크게 웃을수록 더 큰 자신감을 만들어 준다”는 한국웃음연구소의 풀이말을 인용해 덧붙였다.

두번째 글귀는 ‘억지로라도 웃어라’이다. 김씨는 “병은 무서워서 도망간다”며 웃음의 힘을 강조했다. 이어 세번째는 ‘일어나자마자 웃어라-아침에 첫 번째 웃는 웃음이 보약 중의 보약이다. 3대가 건강하게 되며 보약 10첩보다 낫다’, 네번째는 ‘시간을 정해놓고 웃어라-병원과는 영원히 바이 바이(bye bye)다’, 다섯번째는 ‘마음까지 웃어라-얼굴표정보다 마음표정이 더 중요하다’, 여섯번째는 ‘즐거운 생각을 하며 웃어라-즐거운 웃음은 즐거운 일을 창조 한다’, 일곱번째는 ‘함께 웃어라-혼자 웃는 것보다 33배 이상 효과가 좋다’, 여덟번째는 ‘힘들 때 더 웃어라-진정한 웃음은 힘들 때 웃는 것이다’ 그리고 아홉번째가 ‘한번 웃고 또 웃어라-웃지않고 하루를 보낸 사람은 그날을 낭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이다.

김씨가 소개한 ‘웃음 10계명’은 가슴에 와 닿는다. 사망 전날까지 웃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온 국민이 웃으며 잠들게 하기 위해 밤 10시 이후 정치인들 얼굴이 절대 방송에 안나오게 해야한다”고 강조하던 김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열번째 10계명을 마저 소개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그 마지막 10계명은 ‘꿈을 이뤘을 때를 상상하며 웃어라’이다,

김씨는 오는 30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한국 코미디언으로는 처음으로 스탠딩 코미디쇼를 열 계획이었다. 자신이 연출한 1인 풍자코미디, ‘엔돌핀 코드’ 공연이다.카네기홀에 서 본 한국인은 패티김과 조용필 등의 국내가수 뿐이었다. 더군다나 미국의 한인교포들을 위한 공연이었기에 기대와 함께 부담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생전 김씨는 ‘웃음 10계명’의 10번째 글귀처럼 꿈을 이뤘을 때를 상상하며 웃고 있지 않았을까.김씨는 생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장소(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을 통해 한국 코미디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장례식장에 몰려든 그의 지인들은 “한국 개그맨의 첫 카네기홀 공연인 탓에 김씨의 기대와 기쁨이 컸었다”고 전했다.

김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의 카네기홀 공연도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카네기홀 공연이라는 꿈을 이뤘을 때를 상상하며 웃었을 김씨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죽음 하루 전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돈버는데 신경을 쓴 나머지 웃지 못하고 산다”며 웃음 없이 꿈만 쫓는 많은 사람들을 걱정했던 고(故) 김형곤.그가 마저 전하지 못한 ‘꿈이 이뤄졌을 때를 상상하며 웃어라’라는 ‘웃음 10계명’은 각박한 세상에 다시금 웃음을 중요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열번째 10계명의 풀이말은 “꿈과 웃음은 한집에 산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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