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와 다시 호흡 맞춘 ‘청춘만화’ 김하늘…선구안 좋은 그녀,이번에도 홈런?

김하늘은 선구안이 좋다.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언제 쳐야 할지를 잘 안다. 그래서일까. 다소 뜸하다 싶을 때마다 적시타를 날려왔다. 드라마 ‘해피투게더’로 데뷔한 후 ‘피아노’ ‘로망스’,그리고 영화 ‘동감’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마세요’까지 자신의 실력과 분위기에 딱 맞는 역할을 선택해 덜함도 더함도 없는 맞춤 연기를 펼쳐왔다. 물론 소리없이 사라진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 이름에 일정 부분 기대와 신뢰가 쌓인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안보이던 그가 23일 개봉하는 영화 ‘청춘만화’로 관객을 찾는다. 4년전 전국 520만명을 동원했던 ‘동갑내기 과외하기’때처럼 권상우와 호흡을 맞췄다. 김하늘이 맡은 역은 낙방전문 배우 지망생 진달래.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극영화과 학생으로 누구에게나 착한 모습이지만 유독 초등학교때부터 13년간 허물없이 지내온 친구 지환에게만 틱틱거린다. 어느날 덜 떨어진듯 보였던 지환에게도 여자친구가 생기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며 우정과 사랑사이를 출렁거린다.

환한 웃음이 매력적인 그를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얼굴을 보자마자 예의 그 ‘선구안’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도 인정했다. “그 시절 ‘로망스’ ‘동갑내기’ ‘그녀를’을 했던 것,지금 생각해도 잘 했다 싶어요. 운도 좋았지요. 서두르지 않고 좋은 시나리오를 기다려요. 제 스스로 공감이 가고 잘할 수 있을 것같은 캐릭터가 올 때까지요.”

조바심내지 않고 좋은 역할 올 때까지 기다리기. 하지만 그럴만한 여유와 자신감이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쉽지 않지요. 특히 전작이 안되면요. 그래도 이 길이 내게 맞아요. 반짝하는 스타가 아니라 연기자가 되는 거요. 지금까지 연기자 김하늘이라는 이름으로 쌓아온게 있고 꾸준히 좋은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왔고 그래서 하고 싶은 연기도 할 수 있었지요.”

많은 이들이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비슷한 느낌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겠으나 영화는 코미디라기 보다는 시련을 겪고 성장하는 가슴 찡한 멜로. 그는 “그냥 가벼운 코미디라면 굳이 이 작품을 고르진 않았을 거예요. 청춘이 마냥 좋은게 아니라 시련도 있는 거고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는 시나리오가 신선했어요. 그리고 후반부 달래가 지환에게 비디오테이프 선물하는 대목 있거든요. 그 안에 담긴 장면들이 정말 가슴 찡하더라고요.”

영화속 달래는 초등학교때부터 알아온 남자친구와 허물없이 지낸다. 그에게 남녀간의 우정이 가능한 것같으냐는 고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아뇨. 지환이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글쎄 이미 둘은 친구가 아닌 것같아요. 오히려 친구인척 하면서 마음을 숨기는 것이죠. 각각의 애인 입장이라면 얼마나 질투나고 화가 날지. 그건 올바른 우정이 아닌 것같아요.” 단호한 대답 후 이어지는 말 “사랑과 우정사이에 남자가 마음이 있다면 먼저 고백하겠지요. 그래야 잘 되는 것 같아요. 여자가 먼저 말하면 남자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요?”

극 중 배우지망생인 달래는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게 힘들어 오디션볼 때마다 진정제를 먹는다. 실제 그의 오디션 경력이 궁금했다. “대학(서울예대 영화과) 들어갈 때 봤던 시험이 제대로 된 첫 오디션이었는데 너무 자신이 없었어요. 학교 앞까지는 갔는데 도저히 못 들어 가겠더라고요. 친구가 소주 한잔만 마시고 해보자고 해서 마셨는데 아무 소용없었지요. 몇잔 더 마셨어야 되는데(웃음).”

쉴 때는 드라이브 하거나 친구 만나 수다떠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20대 후반이라는 그는 “‘청춘만화’는 보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첫사랑이 생각나며 누군가 사랑하고 싶어지는 영화”라고 말을 맺었다.

유쾌한 코미디에서 시련 극복 드라마로…영화 ‘청춘만화’

어릴적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란 지환(권상우)과 달래(김하늘)는 둘도 없는 친구. 지환은 청룽같은 세계적인 액션배우를 꿈꾸고 달래는 가슴으로 연기하는 명배우가 되고 싶다. 둘은 하루가 무섭게 티격태격 싸우고 서로의 치부에 대해 시시콜콜 얘기하는 앙숙이지만 그만큼 친한 사이라 주변의 부러움도 산다. 그러던 어느날 서로에게 각각 애인이 생기면서 철부지 둘 사이에도 이상 기류가 흐른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아니 무슨 특별한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얘기하던 둘의 감정이 우정 이상이라는 것을 남들은 다 아는데 둘만 몰랐던 것.

하지만 이 정도 줄거리에 김하늘 권상우 캐스팅이라고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떠올리며 극장을 찾았다간 좀 당황한다. 오래된 남녀 친구간의 우정과 사랑을 둘러싼 줄다리기와 심리전을 다룬 가벼운 코미디? 그것만은 아니다.

'청춘 만화'의 이한 감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청춘,그 가슴 설레는 단어에는 즐거움뿐 아니라 시련도 있고,그 시련을 극복하는 것이 청춘에 주어진 임무라고. 영화는 '동갑내기…'보다는 오히려 감독의 전작인 '연애소설'과 닮아있다.

우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릴 무렵,남자가 큰 시련을 겪는다. 그 시련은 어쩌면 영영 극복이 안될 것같은 치명적인 것이다.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 후 영화의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진다. 가벼운 코미디에서 진지한 시련극복 드라마가 된다. 유쾌한 코미디로 무겁지 않게 끝났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도 같지만,감독이나 주연 배우들은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한다. 판단은 관객의 몫.

더할 나위없이 잘 어울리는 권상우 김하늘의 호흡이 궁금하다면,친구라서 미안하다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영화. 23일 개봉. 12세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