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은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2004년 8·31대책이후에 주춤하던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이미 그 이전의 수준을 넘어 버렸고 더 오르고 있는 상황이 되면서 근본적으로 강남 아파트가 또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서 줄곧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언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재건축을 중심으로 또 다시 들썩거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강남 아파트 가격상승은 판교 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다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애를 쓰고는 있지만 시장 가격을 무시한 통제로는 가격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동산 시장도 결국에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축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면 가격은 당연히 오르게 된다. 공급을 꾸준하게 늘리지 않는 한 가격은 언젠가는 다시 큰 폭으로 뛰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시장 원칙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길은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길이다.
최근 한 조사기관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의 최고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이고 일본 도쿄의 최고가격은 6천만원인데 우리가 평당 5천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서 일부에서는 소득 수준에 비해서 우리의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아서 가격에 너무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파트 가격을 비교하는데는 한두 가지 변수를 더 염두에 두어야만 하는데 이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지적코자 한다.
첫째는 국토의 넓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국토 그리고 일본의 국토 대비 인구 밀도는 한국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땅 넓이는 대한민국의 96배에 달하고 일본도 3.7배에 달하는데 인구는 미국이 한국의 약 6배에 불과하고 일본은 약 2.7배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해서 가격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성의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이다. 미국과 일본사람들의 경우는 대중에 묻히는 경향이 우리 보다 큰 반면 우리의 경우는 체면문화와 일류선호경향이 그들보다 커서 기회가 되면 남들이 알아주는 지역으로 진입하기 원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셋째, 8학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한국에서의 교육열이 다른 두 국가들에 비해서 높고 특수한 교육제도 때문에 기회가 되면 자제들을 좋은 지역에서 공부시키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넷째, 지역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전국적인 분산이 비교적 우리보다 잘 되어 있지만 우리는 수도권 편중현상이 어느 나라보다도 심해 서울의 땅값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소득 수준은 이제 1만4천달러는 넘어서 4만~5만 달러를 향해 발전하는 성장, 팽창기의 국가지만 미국과 일본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서고 있는 시차 문제가 있다.
앞으로 우리 소득은 2020년경에 되면 전 세계 10위안에 들어가면서 4만달러를 넘기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소득의 증가는 구매력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서울의 강남지역의 제한된 고급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급을 늘리는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 유도하고 단기 이익을 위한 투기세력을 뿌리 뽑는데 역점을 두되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은 시장에 자유롭게 맡겨야 할 것이다.
/이 영 권
KBS2라디오 ‘경제포커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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